세계적 첼리스트 정명화 지난 6일 포항 공연 '대성황'…우아한 연주·매너, 관객들 매료

첼리스트 정명화 포항공연 리허설 모습.

"이번 연주로 지역에 클래식 팬이 늘어난다면 저에겐 큰 보람이죠."

지난 6일 포항문화예술회관을 가득 메운 천여 명의 관객들은 세계적 첼리스트 정명화(65)의 아우라에 완벽하게 매료됐다.

"크게 휘몰아치다가 잔잔하게 소리가 흐를 때면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금을 울린다는 게 그런 연주가 아닐까 했다", "드레스도 미소도 너무 예뻤다" 등 연주를 관람한 시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공연 전 리허설에서 만난 정명화는 바쁜 공연 스케줄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3년 전 효자아트홀에서의 리사이틀 이후 오랜만에 포항 방문인데, 그 때도 무척 반응이 좋았다"는 그는 포항시향과의 협연 외에도 최근 작은 도시에서의 공연을 통해 팬들의 곁에 한층 다가서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

"외국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귀국 독주회는 주로 큰 도시에서만 이뤄졌었죠. 하지만 서울에는 저 말고도 워낙 유명한 음악가들이 많이 찾아오잖아요. 지방 팬들의 반응이 더 좋은 것도 있고요."

예전에 비해 지방 공연장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한다고 덧붙인다. 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재고되고, 기업의 메세나 운동이 활발해진 것도 크게 기여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첼로라는 악기의 특성도 더해진다. "첼로는 작은 무대가 어울리는 악기"라며 "작은 공연장에서는 청중 한 명 한 명에게 제대로 작품을 전달할 수 있고, 연주자의 해설과 이야기가 곁들여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50년을 함께했지만 첼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여전하다. 연주회에서만 사용하는 173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는 '갓난아이'처럼 돌본다. 잘 관리해서 후세에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어머니에게서 받은 첼로로 시작해 평생을 첼로와 함께 살아온 그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 동생들과 함께 연극을 보고 나면 스카프를 두르고 꼭 따라해봤다"는 일화처럼 예술로 표현하기를 즐겼으며, 그중에서도 음으로 삶을 표현하는 음악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음악에는 답이 없어요. 그래서 더 재밌고, 오래 할 수 있죠(웃음). 죽을 때까지 음악가로 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그는 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과 함께 만든 '정트리오'로도 유명하다. 정명훈과는 9살 터울이지만 공연을 할 때는 가족이기 이전에 동료 연주가로 대한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주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오는 4월 열리는 국제무대 데뷔 40주년 기념음악회 등 첼리스트로서의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우아한 표현력과 안정된 기교로 세계 주요 무대에서 찬사를 받아온 그가 한국이 낳은 최초의 국제수준 첼리스트로 영원히 기억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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