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환(변호사·영남대 법과대학 교수)

금융기관에 종사하였는데 일처리가 잘못되어 집안 전 재산이 압류 되었다.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고, 잘못되면 집안이 망하게 된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맡아줄 변호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그 많은 변호사 중 누가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해박한 법률지식과 순수한 열정이 있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진 변호사'라고 말할 수 있다. 무슨 대학, 무슨 출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단지 그때의 일에 불과하다. 과거 인맥이나 전관예우를 기대한다. 하지만 세상이 밝아진 지금 그러한 것은 없다. 그리고 업무의 성질이 판사, 검사, 변호사에 따라 다르다. 판사 업무를 검사같이, 변호사 업무를 검사같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능한 판사가 반드시 유능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재판은 치열한 논리의 대결이다. 법률은 이치이고, 이치는 바로 논리이다. 유능한 변호사는 논리를 잘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 논리는 이치에 맞아야 한다. 문제는 이치에 맞는 논리가 여러 개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행동의 평가에 있어 양면성으로 인한 것이다. 해박한 법률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인간행동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판이란 여러 이치에 맞는 논리 중에서 '더 타당한' 논리를 찾는 작업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재판은 설득작업이다.

변호사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의뢰인을 도와주려는, 의뢰인의 사건을 승소로 이끌려는 정열이 있어야 한다. 정열은 스스로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확신에서 나온다. 정열과 확신이 없으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없다. 그러한 정열과 확신이 있으려면 아무 사건이나 맡으면 안 된다. 변호사 스스로 옳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맡아야 그에 합당한 논리를 개발하는 정열이 생긴다. 변호사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논리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으면 그 논리가 채색되어 다른 색깔로 보인다. 설득은 입이 아니라 총체적 행동으로 성취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변호사를 선정할 때 금기해야 할 사항이 나온다. 먼저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보수를 받으면 그렇지 않는 것 보다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수를 '너무 많이' 요구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은 극단적인 경우와 비교하는 버릇이 생긴다. 전 재산을 날리는 것보다야 변호사에게 상당한 금액을 주고서라도 이기는 것이 낫지 않는가. 그러나 이기는 것과 돈을 많이 주는 것과는 상관없다. 돈을 앞세우면 자기 양심상 절대 정열과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의 사법부만큼 깨끗한 곳은 없다. 그 돈은 오로지 변호사의 주머니로 들어 갈 뿐이다. 자신의 죄는, 자신의 책임은 어느 정도까지는 하느님도 어쩔 수 없다.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을 돈 많이 받은 변호사가 해결할 수 있겠는가. 둘째 너무 바쁜 변호사는 피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이던, 공부이던, 사생활이던 또는 많은 사건으로 인한 것이던 너무 바쁘면 당신의 사건을 연구하고 분석할 시간이 없고, 사무장이나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직접 분석하고 변호하는 것이 낫겠는가, 다른 사람이 분석하여 놓은 것을 옮기는 사람이 낫겠는가. 셋째 판, 검사와 가깝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선임하지 말라. 판, 검사는 아버지가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아버지보다 더 친한 변호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친구라고 모두 호감을 가졌는가. 오히려 친구이기 때문에 그 변호사의 약점을 너무 잘 알 수도 있다. 그 변호사에 대한 법조계 전체의 평가가 중요하고, 개인의 친소관계는 문제가 아니다.

해박한 법률지식, 열정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 3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을 찾지 못하면 열정을 가진 사람이 가장 먼저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다른 두가지를 부수적으로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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