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 내린 주말 형산강교~강동대교 도보 탐사

모서 수문은 평소 인근 농가에서 나오는 각종 폐수로 인해 오염이 심하다.

전국적으로 오랜 겨울 가뭄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한급수에 들어간 지역이 한두군데가 아니라고 한다. 마침 어제 일기 예보에 내일(13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문제는 해갈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느냐는 것. 그러나 강수량은 그리 많지 않다는 예보다. 그 때문인지 오늘 오전 내내 이슬비가 오다 그쳤다 반복하다 마침내 오후에는 그마저 그치고 말았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10mm 안팎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해갈은 커녕 하루이틀 흙먼지 날리지 않을 정도의 감칠 맛나는 비였다.

탐사팀은 지난주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들어 오염이 더욱 심해진 형산강을 탐사했었다. 각종 오염으로 신음하는 형산강은 가뜩이나 줄어든 수량(유지수)으로 오염이 더욱 심각한 상태였다. 때문에 탐사팀은 탐사를 하루 중단하더라도 비가 많이 오길 바랐다.

강동대교 아래에 버려진 각종 건축폐기물.

14회차 탐사가 있던 지난 13일(금) 오전 9시 포항 종합운동장에 모였을 때는 비록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탐사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곧바로 형산강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이날 기온은 영상 15~16℃ 정도의 포근한 편이었다.

오늘 탐사 종착지인 강동대교 아래에 차량 두대를 주차시켜 놓은 뒤 트럭 뒤에 옮겨타고 7번국도(포항~경주)를 따라 출발지인 강동대교로 향했다. 이날 탐사에 참가한 인원은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회장 등 총 11명이었다.

강동대교 인근 형산강 둔치는 그야말로 불법 텃밭 천국이었다. 지난 겨울 불태운 강둑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최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어떤 공사를 하고 있는지 대형 덤프트럭들이 형산강둑의 흙을 파 낸 뒤 계속해 실어날랐다.

수심을 측정하기 위해 세워 놓은 측정목이 불법 텃밭을 만들기 위해 지른 불로 탄 모습.

불법 텃밭은 눈짐작으로 수십만평이 훨씬 넘어 보였다. 지난달 탐사때 강 건너편 역시 이쪽과 마찬가지로 불법 경작하는 텃밭은 엄청났다. 텃밭에는 각종 채소와 소먹이용 보리, 밀등을 경작하고 있었다. 특히 소먹이용 보리와 밀의 경우 한사람이 수만평을 경작하고 있었다. 새로 일군 넓은 텃밭에는 파랗게 새순이 돋아 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텃밭이 형산강의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텃밭 경작에 사용되는 각종 화학비료와 농약, 퇴비, 비닐 등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빈 농약병이나 폐비닐, 물호스 등은 사용 후 그대로 텃밭 주위에 버려지고 있었다. 심지어 시금치 텃밭의 경우 땅속으로 관정을 박아 경운기로 물을 퍼올린 후 스프링클러로 물을 대고 있는 곳도 있었다. 텃밭을 자신의 대규모 사유지인양 기업적으로 경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천 관리를 책임진 경주시는 이같은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텃밭 곳곳에 불법 텃밭 경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한 것으로 보아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불법 텃밭은 낚시꾼들의 각종 오염행위와 함께 형산강 오염의 주범인 것이다.

골재채취를 한 뒤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물 웅덩이.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회장은 "지난해 가을 형산강변에 있는 불법 텃밭을 비롯해 각종 오염원인에 대해 자료를 만들어 경주시에 제출한 뒤 형산강 하류를 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적 있다"며 "그때문인지 올해는 형산강 경주시 구역내 텃밭 곳곳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경주시의 형산강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방교 조금 지나 갈대밭에는 죽은 큰 개(犬)의 사체가 또다시 버려져 있었다. 지난번 경주시 서천변에서도 인근 개 사육장에서 버린 여러마리의 개 사체를 목격한 바 있다. 조금지나자 모서수문이 나타났다. 오회장은 "모서수문에는 평소때면 흙탕물이 흘러나오는 등 오염이 심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탁도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형산강 둔치에 불법 경작하고 있는 대규모 텃밭

경주시 강동면 경주~포항간 7번국도 커버길 강변 둔치 곳곳에는 엄청난 양의 산업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었다. 가옥수리 후 나온 폐나무, 폐벽돌, 스티로폼, 쇠파이프, 비닐 등 각종 폐기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철강공단내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가야할 산업쓰레기들이었다. 바로 옆에는 또 낚시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빈병, 부탄가스통, 음식찌꺼기 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점심때 다 되어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비바람이 뒤에서 불어 탐사하는데 큰 지장은 되지 않았다. 강변 인근 밭에 조그만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탐사팀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비닐하우스 안에서 비바람을 피해 준비해 간 점심(개인 도시락)을 먹었다.

강동대교 인근 둔치에는 누군가 엄청난 양의 골재를 채취한 현장이 목격됐다. 국가관리하천인 형산강의 자갈과 모래는 쉽게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때문에 골재를 채취했는지 알 수 없지만 탐사팀은 조만간 관리청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특히 골재를 실어나르기위해 닦은 도로를 아직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이 길을 통해 낚시꾼, 텃밭 경작자, 쓰레기 투기자들이 차량을 이용해 드나들고 있었다. 하루빨리 길을 없애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강동대교를 지나자 강둑에 한 자동차 정비소가 있었다. 강둑에는 폐타이어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마당에는 수리중인 각종 부품과 공작물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폐오일이 빗물을 타고 인근 하천변으로 흘러들었다. 정비공장 직원에게 땅소유주를 물었다. 그 직원은 개인 땅을 빌어 쓰고 있으며, 정비공장은 정식 허가를 받아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3시 넘어 탐사를 마칠 때 쯤 형산강변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게 갠 가운데 봄 기운이 완연했다.

이날 탐사를 마치며 기자는 고민에 빠졌다. '해갈을 위해서는 비가 많이 와야 한다. 그러나 비가 많이 와 형산강 둔치에 있는 각종 쓰레기가 빗물에 싯겨 형산강으로 유입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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