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숙(문화부 차장)

눈 내린 벌판을 밟아 갈 때에는/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말라/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반드시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서산대가사 남긴 '발자국'이란 시다.

말 많던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가 신임 회장 선출을 끝냈다.

추문의 발단은 전 회장이 지난 명절 때 돌린 선물에서 비롯됐다.

전 회장은 "함께 고생한 회장단에 순수한 뜻으로 돌린 선물이 선거와 관련된 금품수수로 비친데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일을 유포한 반대쪽에서는 명백한 금품수수라고 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이 일이 불거진데는 여성단체 임원진들의 엇갈린 주장이 한몫했고 공공성을 띤 모 언론도 한몫했다.

2년 임기인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 언제부터인가 뒷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설로 떠돌았다.

확인, 혹은 미확인된 이같은 일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명예 나눠먹기 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신임 회장은 내정됐고 전 회장은 축하의 말을 전했다.

경륜이 쌓여가는 만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워져야 하는 것은 세상 이치다. 이제 모든 앙금은 털어버려야 한다.

여성단체협의회장 자리는 포항시 모든 여성의 어머니 자리다.

51만 포항시민 절반이 여성이며 산하에 30여개의 각 단체가 있어 그 위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 단체의 장은 인품과 격식을 고루 갖추고 대표로 나섰을 때 손색 없어야 한다. 물론 리더십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와 정신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그 사람의 성격과 체질을 만들듯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가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전 회장의 선물 돌리기는 명절때마다 행해 온 일인데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는건 옳지 못하다"며 전 회장이 밝힐건 명확하게 밝히고 그간의 시시비비를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당사자는 "지난 일은 덮어두고 현 집행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심통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자리라면 '모두가 내 탓'이란 마음가짐도 가져야 한다. 때문에 좋은 단체는 결속이 강하다.

전임 포항시 여성대표들이 일궈온 많은 일들이 물처럼 흘러 흘러 여기에 이르렀다. 이 물이 맑게 제대로 흐르려면 그동안 앞서간 여성계 선배들이 제 몫을 해야 한다.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나보다 어린 약자에게 대우만 받으려고 한다.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솔직함과 다정함이 있기 때문이란걸 이 사회는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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