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 촌지 끼워 전달
“학부모들 연구 많이했네”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포항지역 서점가에 많은 학부모들이 찾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경기침체로 적은 돈을 들여 스승의 날 선물을 사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쳐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초등 2년생 학부모 김모씨(여·35)는 스승의 날 선물을 고민하다 지인에게서 기막힌 방법을 전해들었다.

차라리 선물로 고민하기보다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 김씨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 이웃으로부터 책을 사서 끼워주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들은 것.

김씨는 “요즘 아이들이 워낙 눈치가 빨라 스승의 날 선물로 봉투를 주면 바로 촌지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들도 그걸 알고 책을 사서 그 사이에 상품권이나 현금봉투를 끼워 선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요즘 서점가에는 제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책을 구입하는 학부모들이 간혹 눈에 띈다.

13일 지역 서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승의 날 선물로 책을 선물하려는 학부모들이 며칠동안 하루 평균 20명 이상 서점을 찾고 있다.

그러나 3권 이상을 사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1권이나 2권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점을 찾은 주부 백모씨(37)는 “책은 촌지를 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 많이 살 필요가 없다”며 “나처럼 현금 전달 때문에 책을 사는 학부모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백씨와 함께 온 주부 역시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끼운 책 한 권을 아이를 통해 담임선생님에게 줄 예정이다.

사실상 최근 각급 학교와 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까지 보내 선물 안하기를 당부하는 등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과도한 선물(?)을 준비하려는 학부모는 줄어들지 않고 수법만 교묘히 진화되고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