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첫 출발 '형산강 1차 도보탐사' 종료

포항시가 현대제철 인근 형산강 둔치에 조성 계획인 주차장 예정 부지.

3월로 접어들자 형산강도 이제 봄 기운이 완연하다. 겨우내 차가운 강바람에 한껏 몸을 낮췄던 형산강둑의 각종 들풀들과 잡목들도 어느새 파릇파릇 새순을 틔우고 있다. 사시장철 그렇게 말 없이 흐르는 형산강은 도대체 지금껏 몇번이나 봄을 맞았을까. 천년전 형산강의 사계는 어떠했을까. 요즘 형산강만 보면 이같이 속절 없는 생각이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조금씩 형산강과 가까워진다는 뜻일까.

'형산강' 도보 탐사 마지막날인 지난 6일. 바람은 다소 있었지만 영상 7~9도의 활동하기 좋은 아침 날씨였다. 이날 탐사팀은 형산강 하구 남쪽 끝 지점인 포항제철소 담벼락에서 시작해 거꾸로 올라가면서 연일대교까지 탐사를 하기로 했다.

형산강 하구에는 상류에서 떠밀려 온 각종 생활쓰레기가 엄청나다.

지난해 말 엄청난 쓰레기로 덮여 있던 포항제철소 선강지역 최종 방류구 주위에는 누가 언제 치웠는지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쓰레기 양이 너무 엄청났기에 치우고 남은 양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다. 방류구에는 3명의 낚시꾼이 낚시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곳은 냉수(바닷물)와 온수(해수를 끌어와 제철소 발전소에서 사용한 후 배출하는 따뜻한 폐수)가 만나기 때문에 평소 넙치, 돔, 황어 등이 많이 잡힌다는 게 낚시꾼들의 설명이다.

포항제철소는 중앙을 기점으로 선강지역(좌측)과 압연지역(우측)으로 나뉜다. 선강지역의 경우 해수를 끌어들여 사용한 후 이곳 방류구로 폐수를 배출하고 있다.(압연지역은 청림쪽 냉천으로) 육안으로 보아 포항제철소에서 배출되는 수질은 깨끗해 보였다.

형산강 하구인 포항제철소 인근에서 죽은 물고기.

한 낚시꾼에게 "이곳 고기는 오염이 심할텐데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낚시꾼(55·포항시 남구 송도동)은 "포항제철소에서 나오는 폐수는 몇단계의 정수 처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회를 해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물바구니에는 제법 씨알 굵은 돔, 넙치, 황어 등 5~6마리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는 낚시꾼들이 잡은 고기로 회를 해먹고 버린 머리·꼬리·뼈·내장과 빈병· 폐비닐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방류구 옆 둔치에는 엄청난 양의 생활쓰레기가 강가에 버려져 있었다. 그 속에는 지난해 포항국제불빛축제때 사용한 후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린 폭약 잔해들도 보였다.

포항제철소가 해수를 끌어 냉각수로 사용한 후 배출하는 선강지역 폐수 방류구.

또 제철소 제련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철분이 섞인 대형 돌덩이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상류에서 홍수때 떠내려온 각종 생활 쓰레기였다. 아마 쓰레기 차량으로 백여대 분량은 되어 보였다.

포스코 교(신 형산교) 서쪽 둔치에는 포항시가 공단근로자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길게 펜스를 쳐 놓았다. 포항시는 1차로 1만6천여㎡(약 5천여평, 750대 주차가능)에 주차장을 만든 뒤 옆 부지에 추가로 확장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탐사팀은 그곳에서 포항시의 근시안적이며,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포항시는 당초 이곳 둔치 전체를 반대편(북쪽) 둔치와 마찬가지로 대단위 유채꽃 단지로 조성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유채 꽃씨를 뿌렸다. 그런다음 해충이 유채 꽃씨를 먹지 못하도록 한 뼘 간격으로 촛대 같이 생긴 해충 방지용 메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유채꽃 단지는 갑자기 주차장 조성 계획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때문에 예산 낭비는 물론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해충방지용 메트가 아직까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만만찮은 수거 비용(인건비)때문인지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탐사팀원들은 대부분 "유채꽃 단지를 갑자기 주차장으로 계획을 바꾼 것은 공단업체 및 근로자들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며 "형산강 둔치를 콘크리트 주차장으로 바꾸는 것은 생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옆 둔치를 지나자 강물의 탁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바닷물이 적고 형산강 상류의 더러운 물이 많기 때문으로 생각됐다. 특히 포항철강공단쪽으로 나 있는 구무천 입구는 오염이 심하고 더러웠다. 형산강 하구 오염 주범중 하나가 바로 이곳 구무천에는 나오는 각종 공장 폐수라고 할 수 있다. 포항철강공단내 300여개의 크고 작은 공장에서 자체 처리된 각종 폐수는 이곳 구문천을 통해 형산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공단내 일부 얌체업체들은 야간이나 우천시에 정수처리 하지 않은 폐수를 구무천을 통해 몰래 형산강으로 흘려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섬안큰다리 옆 남천 입구 역시 오염이 심했다. 남천은 오어사쪽에서 흘러오다 오천읍 문덕리에서 냉천과 합류한다. 다시 대송면 대각·홍계리와 연일읍 오천리를 거쳐 형산강으로 유입된다. 남천은 지금의 형산강 하구 모습이 형성되기 전인 일제 강점기때만해도 형산강 본류를 중심에 두고 윗쪽은 칠성천, 아래쪽은 남천으로 양분시킬 정도의 제법 큰 하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송면의 생활하수와 연일읍 공단업체에서 나오는 폐수가 뒤섞여 오염이 심한 편이다.

섬안큰다리를 지나 강둑위에 있는 빈컨테이너 속에서 바람을 피해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날도 형산강환경지킴이 정미희씨가 닭도리탕을 준비했다. 탐사때마다 도시락은 각자 지참하지만 국물이 있는 따뜻한 찌게만은 정씨의 담당이었다. 수고를 아끼지 않은 정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점심 후 탐사팀은 다시 연일대교 쪽으로 탐사를 해 나갔다. 연일 배수펌프장 배수구 역시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함께 오염 또한 심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생활오폐수는 하수관로를 통해 포항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날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탐사팀은 연일대교 밑에서 마지막 도보 탐사를 끝냈다. 장장 5개월동안 진눈깨비와 매서운 강바람 속에서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묵묵히 탐사에 협조해 준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 회장님을 비롯 회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탐사팀은 김상춘 탐사대장의 트럭 뒤에 타고 포항하수종말처리장내 형산강환경지킴이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2차 탐사 계획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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