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오(한국수자원공사 포항권관리단 단장)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각하다. 특히 강원도와 경북지역의 가뭄은 재난수준이라 할 정도다. 돈을 물 쓰듯 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 물을 돈쓰듯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오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1992년 지정되었으며, 올해로 제17회를 맞는다. 올해 세계 물의 날 대주제는 'Water for Life'이며 주제는 'Transboundary Water'이다.

물은 생명의 시작이요 끝이다. 모든 생명이 물로부터 시작되었고 물 없이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물이 모든 생명이 고루 이용할 정도로 풍족하지 않다. 물로 인한 분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20세기는 Black Gold의 시대였다. 모든 산업과 경제가 석유에서 시작되었고 석유없이는 산업의 유지자체가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으로 물의 양은 계속 줄어들고 물에 대한수요 또한 급격히 증가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이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물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터키와 시리아, 중국과 인도, 요르단과 이스라엘 등의 분쟁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올해 물의 날 주제는 'Transboundary Water'로 결정되었으며, 이는 물로 인한 지역간 분쟁 해결의 염원을 담고 있다.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 등의 지역에서 안전한 상수원 확보를 두고 지역간 물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물은 전 국민이 고르게 이용해야 할 공공재라는 점이다. 집 앞으로 흐르는 개천이 나의 개인소유가 아니듯 우리 나라의 모든 물은 전 국민이 고르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가는 가능한 모든 사람이 물부족을 겪지 않고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세계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극지방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수의 편중으로 사막화 현상이 확산 되고있다.

우리 나라도 최근 여름 일부지역 게릴라성 강우를 제외하고는 가뭄이 일상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겨울가뭄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앞으로의 강수량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일부에선 가뭄이 장기화되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북동남부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영천댐유역의 강수량은 전년도에 769㎜로 예년(1천186㎜)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저수율은 24.5%에 그치고 있으며 계속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용수부족사태를 해결하고자 한국수자원공사 포항권관리단은 전년도 홍수기부터 가뭄사태를 예상하고 영천댐을 운영해 왔으며 10년간 운휴중이던 형산강 부조취수장을 올 1월말부터 재가동 중에 있다. 이런 대비가 없었다면 경북동남부지역 또한 이미 용수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천댐으로 물을 송수하는 임하댐의 저수율도 계속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난 10일 가뭄극복공조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실시했다. 앞으로의 가뭄극복노력이 더욱 중요한 때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의 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물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등 물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전국의 다목적댐과 용수댐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제한적인 수자원을 최적운영함으로써 가뭄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의 물절약 생활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나라가 직면한 물부족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비록 작고 쉬운 방법일지라도 전 국민이 실천에 옮기면 가뭄극복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도꼭지 절수기 부착, 빨래를 모아서 한번에 세탁하기, 변기에 벽돌 넣기, 샤워횟수 줄이기 등이 그것이다. 물이 부족하다고 하늘을 원망하기에 앞서 물절약이 선행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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