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숙(문화부차장)

최근 각 지자체가 결혼 이민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결혼 이주를 받아들일 제도적 준비가 취약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혼을 위해 입국한지 5년이 지났으나 결혼식은 올리지 못한 채 일만하고 살아온 조선족 여성 임모씨(32)가 도움을 받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왔다. 경주시에 살고 있다는 이 여성의 말대로라면 '무진장'일만하고 병을 얻었으나 치료비는 커녕 창고 한쪽을 개조한 허름한 방에서 추위에 떨며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평온한 척 살지만 "나가서 병 고쳐 오라","나가서 좋은 남자 만나라" 가정내에서 독점 권한을 행사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사는 사람도 주위 40여가구 중 80%는 족히 된다고 이 여성은 말했다.

한국 남성들에게 외국인 여성은 돈주고 데려온다는 '매매혼적' 성격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 여자들은 잘해주면 도망간다'는 잘못된 의식이 뿌리 깊다. 때문에 이들 여성들이 국가의 경계는 넘을 수는 있었지만 사회 적응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이혼률의 배경에는 상업화된 결혼중개업소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짧은 시간내에 조건과 외모에 맞춘 결혼을 성사시킨 후 뒷일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와 이해부족, 언어문제, 폭력문제 등으로 인해 결국은 이혼에 이르게 된다. 나이 차이, 출산, 양육 문제, 사회·문화적 차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 등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가족과의 갈등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면서 겉으로는 평온한 듯 지내지만 심적 고통은 극에 달해있다는 내용이다.

견디다 못한 여성들은 자신을 데려온 브로커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브로커를 찾은 여성들은 브로커가 소개해 준 또 다른 한국인을만나면서 제2, 제 3의 비극적인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다. 운좋게 해외취업으로 한국에 온 자국 남성을 만난 여성들, 채팅으로 자국 남성을 만난 여성들은 불법체류자 신세지만 그나마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이 여성이 전해준 말이다.

경주시에서 파악해준 결혼이주여성 현황을 보면 작은 읍내에서만 결혼이주 가족이 36세대다. 총 결혼건수에서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07년 15%에 이르고, 특히 농·어업 종사자의 경우 국제결혼이 36%에 이른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은 더욱 늘어난 수치다.

긴급전화 1366을 설치, 가정폭력 및 각종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어느정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여성의 "한국 사람이 한국사람 편들지 외국 사람 편들겠느냐"는 말은 인권의 절규에 가깝다.

이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년간의 국내생활과 신청 후 기다리는 시간 등을 합하면 3~4년은 기다려야 한다. 우리 사회처럼 가부장제가 강한 나라에서는 불안정한 체류가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영주권이나 거주권 취득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탈법적인 결혼중개 방지대책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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