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들(편집기자)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쇄신'이다. 한나라당의 4·29 재보선 완패는 여권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고 당 쇄신책을 요구하게 된다. 완패를 가져온 민심에는 현 여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있었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 쇄신을 두고 시끄럽다. 여권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한나라 쇄신동향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최근 부쩍 목소리를 높여 '침묵모드' 중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대표에게 논의의 장에 나오라고 말한다. 한나라 텃밭이던 울산북구 재보선 실패에도 강하게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정 의원의 행보는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한마디 했다. 지난 12일 부산대학교 10·16 기념관에서 가진 학생들과의 좌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비겁하다"고 말한 것이다. 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행동이 양다리를 걸친 듯 분명하지 않다며 박 전 대표를 기회주의자라고 매도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을 기회 삼아, 자신들의 반사이익으로 삼으려 여당 흠집내기에 총력을 기울인 듯한 모양새다.

이렇게 말들이 많은데 정작 갈등의 핵인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심중은 이미 밝혔다고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두 핵심 인물은 더러운 연못 속에서 핀 연꽃처럼 고고한 스타일을 구기지 않으려하고 그 주변의 친이와 친박은 상대 계파의 연꽃 스타일에 흠집을 내려고 연못에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박근혜 전 대표는 모든 쇄신은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원칙과 원론에 충실한, 지극한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원칙·원론을 따지는 것은 스타일이 사는 일이다. 온갖 궂긴 정치세파 속에도 원론이란 소신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원론 이야기를 해보자.

정치에서 원론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살이를 더 윤택하게 하기위한 정책을 만들고 진행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상생과 화합을 통해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정치적 대의명분이다. 같은 당내에서 편을 가르고 이권다툼을 하는 것은 정치 원론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원론, 원론 하지만 진짜 원론이 빠져있는 현재의 한나라당을 보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더군다나 핵심인물들은 살짝 비껴서 현 상황을 관람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원론은 있는데 책임은 없다. 만약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런 변명이 나올 수 있겠다. 정치적 현실은 또 원론과 다르다고.

그럼 다시 현실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지금 한나라당의 쇄신갈등이 대선과 공천문제가 낀 정치게임이라는 것, 국민들은 다 안다. 차기 대선을 향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여권내 계파 갈등으로 번졌고 총선에 당선된 초선의원 91명은 지도부에 찍히면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몸을 사린다. 이것이 한나라당 쇄신 갈등의 현실이다.

쇄신을 한자로 쓰면 '쓸 刷 새 新' 이다. 쇄신은 '나쁜 폐단을 없애고 새롭게 하는 것'이란 뜻이다. 일선의 정치인들도 이 뜻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쇄신이 계파와 정당 사이 갈등 속에서 碎身(쇄신: 몸이 부서지다)이 될까 걱정이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쇄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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