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훈<포항강변교회 목사>

주일 오전, 교회로 들어가기 위해 서재를 나설 때였다. 나의 서재가 있는 교육관 4층 건물에는 현관과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 외에는 창문이 없다.

그런데 참새 한 마리가 현관으로 날아들어 왔다가 현관 3층 창틈 사이에 끼어 퍼덕이고 있었다. 문제는 내 손목이 굵어 참새를 꺼낼 수 없었다는데 있었다. 아무리 요령을 부려 봐도 나의 큰 손을 가지고서는 구제불능의 상태였다. 그 때 마침, K선생이 어린이 교실로 올라오고 계셨다. 도움을 요청했다. K선생의 부드럽고 자그마한 손이 참새를 결국 건져내어 넓은 세상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보려고 갇혀진 환경에 속에서도 온 몸으로 몸부림치고 울부짖던 참새 한 마리의 애처롭던 그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예측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갑작스런 일을 만나면 당황하기 쉽고, 불평스러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몸부림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것이 삶인 것이다. 참새 한 마리를 보면서 문득 산다는 것이 저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은 그래서이다. 창문이 없는 건물의 계단 사이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보려고 안달하던 참새야 말로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가르쳐 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쉽게 삶을 포기하고 생을 포기해 버리고 있다. 입구도 하나, 출구도 하나 뿐인 건물 속에 갇혀서도 살아보려고 소리치고, 몸부림치며 온 몸으로 출구를 찾던 참새도 있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쉽게 굴복하여 살아보려는 의지도 방법도 찾아보지 않고서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너무 성급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 중에 참새와 같은 어려운 삶의 고비를 넘기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던가? 그것이 사업이든, 공부든, 사랑이든 말이다. 세상은 쉽지 않은 곳이다.

누구나 고속도로로만 달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나름대로 입구뿐인 공간 속에 갇혀 어디로 빠져나가야 할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불면의 밤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들어온 입구조차도 찾지 못하여 허둥대며 당황해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내려앉았다고 한다. 정도의 문제겠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하늘과 땅이 내려앉는 경험들을 하면서 각자의 자리에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입구가 있으면 반드시 출구도 있다는 사실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다.

설사 출구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참새처럼 몸부림치고 울부짖으면 느닷없이 도움의 손길도 만난다는 사실을 믿고 살아야 한다.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의기소침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버린다면, 자신을 학대하면서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면 도움의 손길조차도 놓쳐버릴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지라도 삶에는 입구와 출구가 분명히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창문이 없다고 답답해하거나 절망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입구와 출구는 분명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주어져 있다. 창문의 많고 적음으로 삶의 상황 따라 다를 수 있다. 창문이 없다고 옥상으로 나가는 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출구조차 찾을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라면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힘쓰면 분명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찾아 올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을 찾는 것이고, 하나님은 이런 인간의 믿음을 보시고 도움의 손길을 베푸시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닫혀 진 공간 속에서 창문을 만드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절망의 순간 속에서 희망을 보는 눈인 것이다.

참새를 구출하여 손 안에 가만히 감싸 안고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지친 듯한,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이제는 살았구나. 이제는 안심이다. 휴!’ 하며 안도감 가지는 듯 참새는 눈만 깜박이며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현관 입구에 서서 하늘로 날려 보내주었다. 멀리 날아가지 않고 맞은 편 건물 옥상에 내려 앉아 나를 향해 인사를 하는 듯했다.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살길이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 하나 참새를 통해 배운 것이 포만감으로 찾아 온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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