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환<대구본부장>

“대구경북민이 왜 이렇게 됐습니까. 진정과 투서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 같고 대학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먹고 살기 가 어려워서 그렇습니까. ”

수년만에 다시 고향인 대구에 와서 근무하고 있는 대구지검 검찰 간부가 독백처럼 내 뱉으면서 지인(知人)들에게 잇달아 던지고 있는 수수께끼이다.

“대구경북은 무엇으로 살아왔습니까. 인재를 길러내어 국가와 사회에 주춧돌 역할을 해 온 것 아닙니까. 우리들은 그것을 보람으로 여겨왔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TK가 인재 양성소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대학이 그러한 역할을 해 줘야 하며 그 중심에 대학교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축이 흔들리고 있음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었다.

작금, 지역의 대학들이 각종 비리로 얼룩졌다는 비난속에 검찰의 사정 도마위에 오르면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대학은 대략 5~6곳. 대부분 진정 등 투서가 접수된 곳이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돼 봐야 알 겠지만 일부는 신빙성이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물론 대학이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질적 성장 없이 양적 팽창만을 추구해 온 대학 운영자에게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

재단이 각종 비리나 문제로 인해 구제 불능의 사태에 빠지면서 대구경북지역 대학에 관선이사가 파견된 곳만 7개에 이른다.

전국의 16개 관선이사 파견 대학 가운데 지역이 40%나 차지하고 있다. 실로 한심한 현상이다. 학생수를 단지 돈으로만 환산하는가 하면 교육환경개선은 뒷전인채 건축비를 빼돌려 자신의 치부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들인 교수들의 책임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오히려 가장 각성해야 할 집단이 일부 교수인지도 모른다. 걸핏하면 무슨, 무슨 퇴진 운동을 하면서 학원 밖으로 튀어 나가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진정과 투서는 사회악 처벌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나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또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고 보전하기 위해 진정과 투서 등을 남발한다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관선이사 경험했던 모 인사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대학사회(정확히 말하면 대학교수)가 그렇게까지 사분오열(四分五裂), 중구난방(衆口難防)돼 있는줄 몰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한 부류는 파견된 관선이사측에 잘보이기 위해 또다른 부류의 교수에 대해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들춰가며 거의 고자질에 가까운 행태를 일삼는 등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 인사는 이러한 행태들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쳐본 결과 상당부분 과장돼 있거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버린 과거사가 대부분이었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지역 대학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사법처리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도 있다. 이번 검찰 사정을 통해 아픈만큼 성숙해진 대학사회를 보고싶다. 대학이 환골탈태해 인재육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는 모습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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