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전우애를 길러주는 IBS훈련.

광화문에 계시는 이순신 장군은 흐뭇하다. 임관한 해병장교들의 신고식도 받고, 지난 5월 7일 밤에는 948기 해병들의 합동 전역신고도 받았다. 알게 모르게 오랜 전통으로 이어오며 그들은 장군을 ‘해병의 아버지’로 흠모한다. 옥포해전 장계에는 거북선에 의해 궤멸된 왜병들을 지상병력이 협공하여 섬멸했음을 보고했다. 이른바 수륙협공작전의 효시였다. 세계해군 전사상 가장 탁월하신 충무공의 DNA를 이어받아 귀신 잡는 해병이 되었고 지금도 불패신화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창설 56년 만에 해병 1000기 시대를 맞았다. 훈련을 마치는 8월 5일 1000기 수료식 행사가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강한 충성심과 자축분위기로 어느 때보다 해병의 자긍심은 높다. 분명한 이유도 있다.

실전같은 훈련만이 최고의 전투력을 담보한다. 훈련병들이 전투의 기본인 사격과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해병은 세계 최강이다. 6 25 전쟁당시 한국해병이 단독으로 감행했던 통영상륙작전에서 기적적인 전과를 올려 전세를 뒤집었다. 부대전체가 일계급 특진을 했고 미국외신이 ‘귀신 잡는 해병’으로 대서특필했다.

강원도 양구 도솔산 전투는 미 해병이 많은 사상자를 내고 포기했지만 임무 교대한 우리해병이 2주 만에 탈환했다. 미군이 한국해병을 엄지손가락으로 꼽는 이유이다. 당시 이대통령도 ‘무적해병’이란 휘호를 내렸다.

67년 월남전 ‘짜빈동’ 전투에선 우리해병 1개 중대가 월맹군 2개 연대를 섬멸했다. 미국 해병대 야전교범에도 실릴 만큼 완벽한 승리였고 모범적인 방어진지구축으로 알려져 ‘신화를 남긴 해병’이 되었다. 이처럼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해병의 명예는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룬 결실이다

따라서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적의 진지를 향해 바다에서 전진하는 상륙작전은 무적의 해병혼을 일깨우는 출발선이다.

해병대 훈련은 악명이 높다. 그 정점이 5주차 지옥훈련이다. 전날부터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고 야간비상훈련, 목봉체조로 두 서너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 새벽에 일어나 30kg 완전무장에 운제산을 오르는 9시간의 행군이 이어진다. 몸은 파김치가 되고 머릿속도 하얗게 바랜다. 해병이 되는 ‘통과의례’이다. 교관들이 해병대 상징인 빨간 명찰(훈련병은 노란명찰)을 달아주면 그들은 악을 쓰며 관등성명을 외친다. 마침내 해병이 된 것이다. 귀신 잡는 해병들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병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신세대 젊은이들은 해병이 되기를 열망한다. 경쟁률이 5대1로 그 인기는 상한가다. 팔각모, 빨간 명찰, 강인한 머리스타일이 좋아서가 아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50.4%가 진짜 사나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라 한다. ‘진짜 사나이’가 해병의 아이덴티티(Identity)이다. 즉,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힘을 가진 남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병역의무를 기피하기위해 한국국적마저 포기하는 자들도 많지만 해병대는 차원이 다르다. 삼수, 사수에서 드물게는 10번 이상 도전해서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해병대의 특별한 매력은 ‘악’과 ‘깡’이란 야성에다 차별성과 독창성으로 형성된 ‘해병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제갈태일(시조시인)

‘해병정신’은 투철하다. 마음속에 각인된 혼(魂)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 되는 까닭이다. 부대특성상 해병은 상륙작전이란 특수목적을 수행한다. 상륙정에서 내려 적의 화력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해병은 생사의 기로에 선다. 흔히 ‘육군은 후퇴가 있어도 해병은 후퇴가 없다’고 한다. 배수지진을 치고 이기지 않으면 죽는다. 이런 절박한 한계상황이 ‘해병정신’의 뿌리이며 끈끈하고 특유한 전우애로 뭉치게 한 것이다.

교육훈련단장 양수근 준장은 홈페이지로 훈련모습을 공개한다. 부모들이 올린 수많은 댓글도 빠짐없이 읽고 많은 일을 손수 챙긴다. 작게는 걷는 것을 싫어하고 김치를 기피하는 신세대들의 잘못된 습관도 고친다. 해병대의 가장 큰 강점인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극복함으로써 ‘성취감’을 체험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전우애로 한마음이 된 해병정신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훈련병에게 인분을 먹이고 비무장지대 3중 철책선이 뚫리고 최전방 GP에서 일어난 김일병 총기난사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해병대에 와서 보면 문제는 병영문화의 부실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통영관(식당)에서 만난 한 훈련병에게 ‘힘들지 않느냐’ 했더니 ‘고통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씩씩한 대답이다. 군대생활도 생각에 따라 천국도 지옥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해병정신은 해병만이 아니라 성공하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자질이다. 어린 학생과 기업인, 심지어 일본인까지 ‘해병캠프’에 자원하여 땀 흘리며 사서 고생하는 이유이다.

건강하고 창조적인 나라도 ‘해병정신’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다. 자식들 미국으로 빼돌리고 뭉칫돈에 눈먼 자들은 절대로 갖지 못할 마음속의 여의주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