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늘어난 시간…직장인들 가슴 설렌다
주5일근무제 시행~
달라지는 주말풍속도

행글라이더

“주 2일간의 휴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와 공공기관으로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실질적인 주5일 근무제 시대가 도래했지만 갑자기 닥친 꼬박 이틀간의 황금같은 휴무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데는 아직 서툰 직장인들이 많다. 그래서 연휴를 잘 보내는 휴테크전략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첫주말은 얼떨결에 보낸 직장인들도 본격 주5일 근무시대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각자 노하우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주5일근무제를 도입해 실시해 오고 있는 포스코와 동양제철화학 포항공장 등의 경우처럼 취미생활이나 동호인 활동 가족과의 시간보내기 등 스타일별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휴테크전략이 각양각색으로 표출되고 있다.

등산

◇ 동호회 등 취미생활 본격화 = 포스코 홍보팀에 근무하는 김태경과장은 그동안 업무특성상 주중에는 잦은 술자리로 몸이 파김치가 됐지만 이제 주말이면 친구나 동료 그리고 가족과 함께 등산을 통해 완벽한 몸추스리기를 한다. 그래서 그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더 생생해진 모습으로 출근한다.

포스코는 이미 주 5일근무를 실시했지만 이번에 7월부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와 동료들이 늘어나 즐겁기만 하다.

지난 2일 토요일에는 고등학교 동창생 4명과 함께 자신의 집 포항시 남구 유강아파트단지에서부터 산책에 나서 2시간동안 양학동 산길을 다녀왔고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자녀들과 함께 산길을 누비고 오는 등 ‘철인’다운 체력다지기에 2일간의 휴무를 쏟고 있다.

또 건너편 사무실에 있는 변재오과장은 가족들과 함께 청송과 문경등 아이들에게 산지식을 가르쳐 줄만한 코스를 다녀오는 것이 즐거운 낙이다. 아직 자녀들이 토요일 수업이 있어서 주로 토요일에는 부부가 함께 오붓한(?)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은 아침부터 자신의 승합차에 가족이 몽땅타고 무조건 떠난다.

봉사단

이밖에 삼정피앤에이 장춘식팀장은 몇몇 지인들과 함께 운제산 등 근교 등산코스를 두루 섭렵하며 다니는 일에 혼이 빠져 있다.

◇ 외국어ㆍ자격증 취득 등 자기개발 = 이처럼 동호인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늘어난 휴무를 자격증 취득이나 외국어 공부등 적극적인 자기개발에 쏟는 면학파도 많다.

대구의 외국계 생명보험사에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최모(41)씨는 지난 4월부터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시험 준비를 위해 광화문의 회계학원에서 주말 이틀을 꼬박 투자하고 있다.

이밖에 구청과 동사무소, 백화점 등의 문화강좌도 주5일제 본격 시행을 맞아 붐비고 있다. 외국어 강좌와 컴퓨터, 부동산 등 자격증 강좌, 요가, 탁구, 스포츠 등 레저 프로그램 등이 특히 인기가 높다.

회사원 최유석(29)씨는 주말은 친구와의 약속보다 운동에 투자하기로 했다. 최씨는 “주중에는 건강을 챙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토요일에는 실내 골프장을 찾아 마음껏 골프를 하는 등 주말을 통해 좋아하는 운동을 번갈아가며 즐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 주5일제로 늘어난 여가 시간을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저축의 교두보로 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말을 이용해 이른바 `‘투잡스’ 족을 추구하는 직장인들도 눈에 띈다.

신문기자생활을 한 윤모씨는 요즘 회사가 주5일근무로 바뀌면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쉬게되자 아내와 함께 아파트단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논술지도로 용돈을 벌고 있다.

풍부해진 여가를 보람있게 활용하 기 위해 봉사활동과 자기계발에 힘을 쏟는가하면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포항공단내 포스콘 한성진과장과 남상국팀장은 얼마전 토요일 휴무일인데도 회사 자원봉사단원과 함께 동해면에서 태풍피해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값진 휴무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주 5일근무제의 그늘도 짙다.

포항철강공단의 경우도 전체 근로자들의 60%가량은 사업장 근무자가 300명에 못미쳐 주5일근무제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현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은 주5일제의 확대로 생활이 윤택해지기는 커녕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중소업체에서 계약직으로 5개월째 일하는 진모(50)씨는 “어차피 정규직 사원이 아니어서 주5일제가 돼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지만 주말에 가끔 일하고 받는 수당마저 못 받게 돼 불만”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ㆍ호텔ㆍ휴양지 등 서비스업 종사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주5일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주5일제가 남의 일로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경주 자동차부품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용직 근로자이거나 영세업체 직원인 경우가 많아 주 1회 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음식점들은 주5일제 확산이 반갑지 않다.

포항시청 인근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부터 부분적으로 실시된 대기업 주5일 근무제로 한 차례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에 시청 직원들까지 빠져나가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또 마지못해 주5일근무를 하지만 연휴마다 여행을 떠나기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가장들은 닷새 걸러 이틀씩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불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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