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 집을 지어라

도시민들이 꿈꾸는 전형적인 전원주택. 전원생활에 대한 도시민들의 욕구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마당에 깔린 잔디밭, 정원의 한 쪽에 있는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놀고 있고, 마당 한 구석의 작은 단감나무에는 단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텃밭에는 새파란 고추와 상추가 자라고 있다. 도시민들이 꿈꾸는 전원주택이다.

주5일제 근무의 본격적 도입으로 도시민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 속에서의 전원주택이나 주말주택을 가지고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도시인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농촌 빈 집을 리모델링해 전원생활을 희망한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약간의 예산을 지원해주는 ‘소비자 농촌 웰빙 시범사업’에 참여할 30명 모집에 1천6백여명이 상담 및 문의를 해온 것을 보면 전원생활에 대한 도시민들의 바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원생활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특정 계층의 생활패턴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실현이 가능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잠깐, 전원생활을 구상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경북도가 낸 상품으로 전국적으로 히트한 ‘소비자 농촌 웰빙 시범사업’을 처음 기획한 경북도 농업기술원 정재식 박사는 “내 경험으로 보아 전원주택을 소유하고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꼭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정 박사는 “전원생활은 주거환경 시설이 좋고 편의 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생활에 비해 불편한 것이 많고 마당에 조성된 잔디관리, 정원의 나무와 텃밭 가꾸기, 간단한 집수리 등을 직접 해결해야 하며 때로는 외로울 정도로 적적함을 느낄 때도 있다”고 알려준다.

이 때문에 정 박사는 “이러한 조금의 불편함과 적적함을 마음의 여유로 알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만이 전원생활을 할 만한 자격이 있고 후회 없는 전원생활을 만끽하려면 가족 및 부부간의 의견조율과 지역 주민과의 동화(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지역주민과의 융화가 중요한 이유는 도시에서 잘 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전원생활을 하는 마을에서는 외지인으로서 취급받고 유난스럽게 별난 모습으로 전원생활을 즐기면 마을 주민들은 절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 ‘왕따’ 당하기 쉽기 때문.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은 우선 전원주택 매입과정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부동산 평론가 정용 씨는 “전원생활의 자유로움만을 강조해 한적한 곳을 찾다보면 방범이나 비상시 대처가 문제고 그렇다고 이 문제만을 생각하다보면 전원의 의미를 잃게 된다. 기존마을의 가장자리나 뒤쪽을 선택하면 좋으며 주생활 근거리로 전원주택을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주말주택용인지를 결정해 매입금액을 정하라”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정 씨는 “땅 구입시에는 토지대장에 지목이 대지로 되어 있는 것을 사면 좋다”며 “전원주택지의 대상은 도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곳, 옛날에 국토이용관리법을 적용 받는 곳인데 용도지역 중에 관리지역 그 중에도 계획관리지역이어야 하며 농림지역은 농사 및 농사와 관련된 주택 및 건물의 건축이 가능하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서와 토지대장을 열람하고 토지대장에 전, 답, 과수원은 농지이므로 농지과에서 상담하고 임야인 경우는 산림과에서 확인후 지적도나 임야도를 열람해 지적도상 도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주택 및 건축과에 최종 문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원생활의 터 잡기.

김경래 (주)OK시골 대표는 초보자가 주의해야 할 터 잡기에 대해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는 개울이 흐르는 땅에다 남향의 부지는 아직도 유효한 최적의 입지조건”이라며 “하천 등이 주택부지와 너무 가까운 것은 피해야 하며 자갈이 너무 많거나 토질이 부석부석하고 검은 진흙이 많으면 가급적 피하고 토질은 굳고 단단한 땅이 좋다. 저수지, 강, 계곡 등 물이 있는 곳이면 풍경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지역적으로 토지가격이 높게 형성 될 소지가 많고 습도가 많고 안개 때문에 일조량이 떨어지는 취약성도 있으니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또 “도시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 출퇴근시간이 1시간이내여야 하고 1시간이내에 도달 할 수 있으려면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지만 막상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요인이 자녀의 교육문제이기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등이 근방에 있는 지역이 좋다. 또 의료시설의 접근성은 갑작스런 비상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근에 입지하고 있으면 부가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위험한 물질을 제조하는 공장, 소음을 많이 발생시키는 공장, 악취를 배출하는 공장 등이 인근에 입지하고 있으면 주택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위험·혐오시설의 입지여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며 주말쇼핑에 좋은 근린상업시설들이 잘 발달돼 있으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로가 인접되어 있지 않는 맹지의 경우에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택을 건축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4m 이상의 도로와 접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지를 매입한 후에는 집 짓기에 들어간다.

집 짓기에 대해 김경호(경기미전·대한민국건축대전 입선, (주)아삶공종합건설 이사) 씨는 “집 짓기는 주변환경이라는 큰 화폭에 하나의 삽화를 집어넣는다는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웃이 된다는 각오로 집을 지어야 한다. 땅을 깍고 쌓고 흐트려 땅이 갖고 있는 고유의 기운을 어지럽히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걸터앉는 방법으로 집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 보라”고 권유한다.

다음은 정원가꾸기.

조경전문가들은 우선 “정원가꾸기는 조망(차경활용), 일조건, 수변공간 등을 고려해야 하며 주변여건에 맞는 기본계획부터 수립하라”는 충고를 한다. 또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정원용 수목으로는 교목류와 관목류, 상록수와 낙엽수, 만경류와 지피류, 이들 식물의 꽃과 열매 맺는 시기 등을 살펴야 하고 자연석이나 파고라, 정자, 원두막, 목재계단 등의 구조물의 배치와 연못, 폭포 등의 설계 등도 고려 조건이 된다”며 “나무를 심는 것도 경관과 어울려야 하고 식재 기능도 보기 흉한 것을 가리기 위한 것, 도로 등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것, 바람을 막기 위한 것, 그늘을 만들기 위한 것 등을 고려하라”며 “이같은 고려사항을 꼼꼼히 챙기지 않아 정원을 가꾼 후 후회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조언한다.

정원에 심는 식물에 대해 10여년 동안 야생화와 자생식물에 관한 강의를 해 온 백승해 (사)새벽을 여는 아름다운 청소년의 모임 이사는 “야생화를 심을 경우 종자로 번식하는 것은 옮겨 심는 것보다 성공률이 몇 배 높다. 꽃이 핀 것은 옮겨 심어 살 확률이 희박하다”며 “너무 많은 식물들을 보유하게 되면 그것들을 보살피는 것이 큰 짐으로 다가오게 된다. 따라서 힘들이지 않고 식물을 재미있게 가꾸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꽃을 심는 요령에 대해서는 “같은 꽃을 여러 포기 심어놓으면 개체마다 개화시기가 며칠씩 다르므로 전체적으로 보름정도는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꽃이 있는 4월에서 10월까지는 연속으로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꽃을 가꾸는 행위에 앞서 그 꽃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지는 꽃을 보고도 다음해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하지만, 사랑이 없는 사람은 꽃에만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같은 전원생활을 안내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전원생활을 위한 학교를 개설, 현재 3기생을 모집하고 있다.(본보 12일자 1면 참조)

도 농업기술원이 이 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도시민의 여가생활을 농촌에 유치(5도2촌)해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빈집 및 전원주택지, 농지 구입 등에 필요한 자본 유치로 농촌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전원생활 붐 조성으로 농촌을 국민의 휴양 및 전원 공간화하기 위한 취지다.

‘전원생활학교’는 지난 5월에 첫 개강해 1기(56명), 6월에는 2기생(100명) 등 현재까지 경북의 농촌지역에서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도시민 156명을 배출했다.

정재식 박사는 “특히 일반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원생활학교 2기 교육은 서울·부산·진주 등 경북 출향인들과 대구·포항·구미 등 대구 경북권 도시인들이 대거 참여를 했고, 교육이 17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수강태도가 좋은 등 교육 열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한편 3기 교육에서는 전원생활의 이해와 마음 가짐, 전원주택 집짓기 기초이론과 실제, 전원주택 종류와 자재 특성, 토지의 구입과 활용 요령, 생태적인 집의 배치와 설계, 전원주택의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 전원의 취미생활 분재 가꾸기, 전원생활의 터잡기, 전원식물의 탐사와 기르기, 웰빙농산물 생산 텃밭 가꾸기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농업·농촌생태체험활동 등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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