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노인전문병원인 포항e병원의 영안실 설치문제로 병원주변 주민들이 분노,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포항e병원은 지난해 사회복지사업의 일환이라는 취지를 앞세워 경영난을 겪어오던 오션파크관광호텔을 폐쇄, 노인전문병원을 설립키로 했으나 병원주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영안실없는 병원으로 개원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측은 노인전문요양병원으로만 운영하고 영안실은 절대 운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자리에는 주민대표 뿐만아니라 정장식 포항시장을 비롯한 시의 간부들도 다수 참석해 병원측의 의지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병원측은 이같은 약속을 불과 1년여만에 백지장 찢듯이 파기한 채 이달초 영안실을 개장했다. 주민들은 병원측이 정장식시장은 물론 시의 간부와 시의원까지 배석한 자리에서 했던 약속이었기에 이를 철석같이 믿고 반대의사를 철회했지만 1년만에 배신을 당했으니 분노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현행법상 장례식장은 자유업으로 규정돼 있는데다 병원내 장례식장 설치규정은 아예 마련돼 있지 않아 사업자신고만 제출하면 누구든지 장례식장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주민들만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주민들은 시장과 시의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병원측이 장례식장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했기때문에 공증절차도 거치지 않아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마저도 없게 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그렇게 믿었던 포항시는 정작 병원측이 장례식장을 개설하자 포항시는 주민의 대표까지 맡았던 사람의 말인데 믿을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어설픈 변명과 함께 관련법규상 제재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힐 뿐 유구무언이다.

만약 시의 주장대로라면 시장을 비롯한 시관계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허술한 규정을 이용, 주민들의 원성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병원대표의 인격만을 믿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사정이야 어떻게 되었던 주민대표와 병원측이 합의하는 자리에 시의 간부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면 그 책임의 한계에 포함돼 있다는 뜻임에도 불구하고 산넘어 불보듯 하고 있는 포항시의 모습은 스스로 공신력을 포기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시가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기관이라면 앞으로 주민 반발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각종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아무런 증거없는 약속이라 하더라도 이를 지키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규제할 수 있어야만 시장의 권위를 지키고 시민들로부터 공신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가장 앞자리에는 주민합의 과정에 참석했던 정장식시장을 비롯한 포항시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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