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윤경진기자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태풍 ‘나비’가 울릉도를 덮쳐 섬 절반이 초토화되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울릉도는 3년 연속 태풍 피해액이 800여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파도와 산사태로 인해 시설물 파괴다. 비를 동반한 태풍이 왔다 하면 산허리가 잘리고 도로가 끊기고 물난리가 나고 있다.

이렇게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자연재해로 돌리기에는 너무 구차해 보인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의 힘을 극복해갈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울릉도에서 비슷한 태풍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은 자연재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보다 태풍이 잦은 일본이 피해가 훨씬 적은 이유는 피해 예방을 위한 재난시스템 가동 못지않게, 시설 기준이 우리보다 엄격하고 시공에 하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설 기준은 어떤가.

대다수 방파제와 도로는 100여년 만에 한번 태풍과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산정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거기다 부실공사 등으로 태풍과 호우가 왔다 하면 도로와 방파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상기후를 감안하지 않은 이런 대책과 부실공사로는 광폭해진 자연재해와 싸워 이길 수가 없다.

태풍 피해를 입은 울릉군 일주도로 절개 지역은 대부분이 경사도가 60~90도에 가까워 비만 오면 무너져 내려 도로가 두절되는가 하면, 봄철 해빙기 낙석 등으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경사도를 낮추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산비탈 붕괴 및 일주도로 절개지의 위험 지역이 마을 및 일주도로 주변 곳곳에 방치돼 있어 군민은 항상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경사도를 낮추는 작업 및 종합방재시스템 구축과 함께 기후환경 변화에 맞게 항구적인 시설 기준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에 변화로 1970년대초 연간 8차례에 불과했던 호우가 최근에는 연간 30여차례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상(異常)기후가 계속되는데 재해대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피해 규모가 커지고 인명 손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달라진 기후에 맞춰 지금까지의 재해대책이나 시설물 기준을 빨리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피해를 당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