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들(편집기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민주공화당 후보로 특이한 사람이 출마했다. 그의 이름은 허경영(59). 출마 당시 "외모상으로는 내가 대통령감" "공중부양 축지법을 한다"는 등 황당하고 엽기적인 발언을 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허본좌'로 불리게 됐다.

허 씨는 또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약혼했다" "새마을운동을 창시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는 등 허풍의 범위를 넘어선 발언까지 서슴치 않아 결국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년 6개월간 구속 수감된다.

출소 후에도 그는 바뀌지 않는다. 지난 7월 23일 출소 후 한 케이블TV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잭슨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꿈에서 만나 죽음을 암시 받고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눈을 보고 이름을 외우면 모든 근심과 병들이 사라진다는 말들을 했다. 여기에 최근 디지털싱글 앨범으로 발매된 '콜미'라는 곡에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시험 합격해...(후략)'라는 가사를 직접 쓰고 부르며 자신을 더욱더 전지전능한 신으로 그리고 있다.

문제는 그가 분명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임에도, 일부 언론매체가 '범죄'에 대한 심각성보다는 허 씨 발언과 행동의 엽기성에만 주목, 그를 '재미 있는 괴짜'정도로만 그리고 있다는 것에 있다. 그는 그저 '재미 있는 괴짜'일 뿐일까.

많은 사람들이 허무맹랑한 그의 말을 믿지는 않는다. 단지 이상한 말과 행동에서 오는 재미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허 씨는 자신이 허무맹랑한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는 다소 불순한, 코미디언이다. 그는 웃음을 앞세워 거짓말을 하고, 또 대중을 기만하는 사기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 된다. 그가 일반인과 같은 사고를 하면서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한다는 것은, 사이비종교의 교주가 혹세무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디어에 비친 그의 행동을 보면 어떤 악의적인 계산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기사(騎士) 망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처럼 자신을 대중의 구원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가 그에게 보내는 웃음 또한 유머에서 오는 건강한 웃음이 아니라 돈키호테에게 보내는 조소와 같다. 이는 미디어가 처음부터 허 씨의 과대망상과 광기에 포커스를 맞춰 보도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대중의 웃음거리가 됐다. 언론은 그가 그렇게 튀려고 했다고 변명해선 안된다. 그의 말이 거짓인 것을 알면서도 보도했다면, 언론이 사기꾼의 죄질을 희석시켜 희극인으로 포장했다는 말이고, 과대망상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보도했다면 도움이 필요한 과대망상증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뜻이다.

클릭수에 의존하는 일부언론과 포털들이 한 사람의 엽기성, 재미에만 주목하다 도덕적 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는 건전한 사회비판과 여론형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역할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언론, 미디어의 역할은 그를 허본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나타난 사회적 배경과 누리꾼들의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것에대해 심도있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미디어의 눈이 대중의 눈이 된다. 미디어가 그를 집중보도하고 확대시키지 않았다면 그가 구속 수감되는 일까지 생길 수 있었을까. '꺼리'에 집착한 언론들은 자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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