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지난 5년 간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며 국내외에서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팀 결별 수순에서 교묘한 처신으로 자신이 쌓아올린 업적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파리아스 감독은 '공격축구'로 요약되는 축구철학을 앞세워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축구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된장찌개 등 한국음식을 좋아해 포항 팬, 한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왔다. 국가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맡기자는 얘기도 있었다. 포항시는 축구를 통해 포항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갑진 전 해병대 1사단장,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에 이어 파리아스 감독에게 4호 명예시민증을 주기로 했다. 지난 5년 간 포항에서 남긴 파리아스의 업적은 명예시민증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팀을 떠나는 순간,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5년 간 전폭적 지지를 보낸 많은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에 실망감을 남겼다. 시의회 의결을 거쳤으나 아직 전달하지 않은 명예시민증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감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높아지면서 2014년 자국에서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금의환향한다는 꿈도 접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클럽월드컵 기간 중 "파리아스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로 떠난다"는 외신보도가 나왔을때 깔끔하게 처신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파리아스 감독은 "중동 언론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기사화한다"고 짐짓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태만 사장을 비롯한 포항구단 임직원들도 그의 페인트모션에 혹해 "2년 재계약을 맺은 파리아스 감독이 팀을 떠날 리가 없다"고 무한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외신보도 내용이 10여 일만에 사실로 확인되면서 '파리아스 감독의 연기력은 아카데미 후보로 손색없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비겁하다', '거짓말쟁이'란 비난도 일고 있다.

지난 일이지만 그 때 파리아스 감독이 "돈을 많이 주는 구단이 있어 팀을 떠나겠다"고 쿨하게 얘기했다면 프로다운 지도자로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프로 스포츠는 돈이 곧 자존심이다. 알 아흘리가 포항보다 6배가 넘는 거액을 제시한 것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경제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파리아스는 엄청난 연봉을 주는 '신(神)의 직장' 을 확보해놓고도 "자식교육 등 가정문제로 포항을 잠시 떠나고 싶다"는 말로 클럽 관계자들과 팬을 현혹시켰다. 결과적으로 파리아스 감독은 실리를 챙기는 대신 신의를 잃었다.

대우가 좋아 포항을 떠나기로 했으면 적어도 가족까지 들먹이는 구질구질한 행동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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