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세르지오 파리아스(43)감독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비밀리에 이뤄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이 국제축구연맹(FIFA)클럽월드컵 기간 중 워낙 갑작스럽게 결별을 통보하면서 황망한 구단의 사정은 이해된다. 포스코에서 인사만 다뤘다는 '인사통'인 김태만 사장이 결과적으로 인사정책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클 법도 하다.

이 때문인지 후임 감독 선정 작업이 극도의 보안속에 이뤄지면서 시민들과 팬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후임 감독 물색을 위해 지난 주 김 사장과 브라질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황 모 부단장은 동행사실 자체도 확인해주지 않는 지나친 '몸사리기'로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저녁 모 스포츠지에서 파리아스 감독 후임으로 레모스 올리베이라(56) 감독이 선임됐다는 보도와 관련, 사실 확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나는 전혀 모른다. 한국에 있었다"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황 모 부단장이 김 사장과 지난달 27일 브라질을 간 사실은 구단 임직원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사실도 황 부단장이 부인하면서 구단과 출입기자 간 불신만 쌓이는 모양새가 됐다.

포항 구단이 후임 감독을 누굴 선임할 지는 전적으로 그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후임 사령탑이 누가 오든 외부에서 관여해서도 안 되고, 개입할 사안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출입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야하지 않을까. 포항 구단이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포스코의 지원에다 5억원의 시비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내세우기도 싫다.

다만 프로축구 최고 명문구단으로 자부하는 포항 프런트들의 자질부족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아스 감독 결별 선언 이후 포항 프런트들은 외부 전화를 기피했다. 수없이 걸려오는 각 언론사의 확인전화가 성가실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단은 정보기관이 아니다. 팬들과 시민들에게 '축구'라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일 뿐이다. 상품을 파는 점원이 불친절하면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사실 포항 후임 감독에 누가 오는지는 '꺼리'도 안 된다. 단지 독자와 시민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에 언론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할 뿐이다.

이번 올리베이라 감독 선임과 같이 구단 발표보다 언론 보도가 먼저 나가면 김이 샐 수도 있다. 신임 감독과 정식 계약을 맺고 구단에서 환영식을 갖는 격식을 갖추고 싶은 구단 프런트들의 심정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더라도 언론사의 확인전화를 퉁명스럽게 받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세상은 변하는데 포항구단만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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