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에 오른 포항 스틸러스가 진정한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단 프런트의 대폭적인 쇄신이 요구된다. 포항은 지난해 AFC챔피언스리그 우승, FIFA클럽월드컵 3위 등 1973년 포항제철로 창단한 이후 최고의 성과를 올리면서 K-리그 뿐 아니라 아시아 유명 클럽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고, 포항시의 브랜드 가치와 포항시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이는 엄청난 무형의 성과를 남겼다.

지난해 연말 팀을 갑자기 떠나 비난을 받고 있지만 5년 간 파리아스 감독이 쌓은 업적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2007년 15년 동안 이루지 못한 K-리그 우승을 이룬 데다 AFC챔피언스리그와 FIFA클럽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포항을 일약 K-리그 최고 클럽으로 이끌었다.

포항이 아시아와 세계무대에서 주가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파리아스 감독의 지도력도 있지만 김태만 사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들의 노력도 적지 않다. 구단의 지원없이 선수들만의 힘으로 큰 성과를 올리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간 120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지원하는 포스코의 재정적 뒷받침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열린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자비를 들여 참여한 500여명의 대규모 응원단의 관심과 사랑도 팀에 사기를 불어넣었다.

이처럼 포항시민과 포스코의 든든한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프런트의 오만한 행동 때문에 스스로 성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심지어 구단 CEO의 경영방침을 따르지 못하고 자질부족을 드러내는 직원도 눈에 띈다. 김태만 사장은 관중들과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스틸러스 웨이'를 창안해 프로축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아집에 사로잡혀 공사(公私)구분도 못하는 유아적 태도를 보이는 직원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다보니 "포항 프런트들은 고압적이다" "포항시민들을 우습게 안다"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구단 프런트들이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프로축구단으로 건너온 경우가 많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기업문화로 유명한 포스코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굳어진 경직된 업무스타일이 유연한 사고와 서비스 마인드가 요구되는 프로축구단 업무에 쉽게 녹아들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외부 공채를 통해 사무국에 '젊은 피'를 수혈했지만 경직된 회사 분위기에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포항이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역대 사장들이 풍부한 경험과 선견으로 전통 명가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일부 함량미달의 직원으로 인해 '이류 구단'으로 전락하지 않을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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