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인- '호미수회' 서상은 회장 호미곶에 소나무 심는 모임 23년째 이끌어

영일 호미수회 회장 서상은 회장

"'보리'의 집산지인 구만 2리에 흑구문학관을 설립합니다."

올 1월 1일자로 호미곶면 명예면장이 된 호미수회 서상은 회장(76·전 구미시장, 전 영일군수).

자신의 생애 가장 소중하고 값진 위촉장, 호미곶 명예면장이라는 위촉장을 받는 순간 가슴 뭉클함을 넘어 흥분과 만감이 교차된다고 했다.

자신을 키워준 호미곶 구만리(?)의 바람과 흙, 늘 푸른 보리밭, 그리고 언제나 정겨운 이웃, 친지들, 친구들 모두가 고맙고 또 고맙다고 했다.

호미곶 광장

호미수회를 이끌면서 호랑이 꼬리에 털을 심는 일념으로 나무를 심어온 서회장은 "현재 추진 중인 흑구문학관 현판식을 오는 4~5월경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위치한 구만 2리 도로변 2층 건물로 포항시가 리모델링비를 지원키로 했다. 따라서 흑구 작품이 수록된 작품집을 비롯, 흑구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수집중이다. 공여자는 이름을 적어 상징적으로 보존한다.

서회장이 한흑구와 인연을 가진 것은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옆집에서 형제처럼 지냈으나 젊은 시절 타계한 흑구를 안타까워하다 빈남수, 성홍근, 하민영, 조진목, 이영준, 이용득 등 몇몇 사람이 모여 의논을 했고, 1983년 포항 송라면(보경사) 솔숲에 흑구문학비를세웠다.

이 후 서회장은 '제1회 흑구문학상'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한흑구 조명에 들어간다. 김규련이란 거대한 수필가를 한흑구 수필문학상 제 1회 수상자로 선정했고, 비록 상금은 보잘 것 없지만 앞으로 '상을 받고도 부끄럽지 않은' 권위있는 상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흑구문학관도 장기적으로는 반듯하게 건립, 호미곶을 수필의 메카로 만들 계획 또한 변함없다.

호미곶면에 옛집이 있는 서상은 회장은 대구에 살지만 한 달이면 20일은 호미곶에 머문다.

"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옵니다."

대구에 있으면 호미곶 바다가, 호미곶 바람이 잠결에서도 칭얼대는 것 같아 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회장은 올해로 23년째 '호미수 운동(虎尾樹運動)을 펼치고 있다. 호미수 운동은 '지도에서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에 나무를 심는 운동'.

호미곶은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때문에 식물이 살기 어렵다. 호미수회는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 호랑이 꼬리에 털을 심는 심정으로 1983년부터 지금까지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어린 곰솔이 자라 이제 제법 숲을 이루어 아름다운 해안과 함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처음 심은 10㎝ 크기의 해송은 더러는 죽었고 더러는 영일만 거친 바람에 시달리면서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더 많은 나무들은 이제 3~4m 높이의 거목으로 자랐다.

차를 타고 호미곶면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서회장은 푸른 솔숲을 보면서 "가슴이 뛰어 미칠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호미곶에 깃든 열정이 요동을 친다는 뜻일게다.

서회장의 어릴적 꿈은 '마도로스', 어머니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순사'였다.

하지만 자신이 호미곶면에 애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4학년 담임을 맡았던 일본인 여선생 나카노 수나꼬 때문이라고 회상한다. 나카노 수나꼬는 일본인 등대지기 딸.

일본인 교사에 대한 반항심으로 일본말을 더 잘했고 등대를 가장 잘 그리는 학생이 됐다고 한다. 지금도 향토를 내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백호(白虎)의 해가 돌아 오면서 서회장은 할 일이 더 많이 생겼다.

서회장의 수첩에는 2010년과 2011년 해야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올 4월에는 '호미예술제', '연오랑세오녀 추모제'를 시작으로 제 2회 흑구문학상 시상식, 제1회 대한민국 수필문학 세미나, 운사 백호전시회, 전국 한글백일장, 사생대회, 다문화가정 편지쓰기 대회, 환경미술 작품공모전, 포항시립연극단 특별공연 유치, 아리랑 및 전통민요·고전·현대무용 발표회 및 남인수의 '월월이 청청'공연 등 1년 12달 중 한 달도 쉴 수 없을 것 같다.

호미곶이 발전하고 더욱 풍요한 어촌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 오로지 호랑이 꼬리가 한국적이라는 서회장.

지금은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강의도 20대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큼 젊어져야 하기 때문에 강의요청이 있는 날은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고 한다. 기존의 생각으로는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충족시킬 수 없어 젊은 강의를 지향한다. 때문에 언어자체가 젊어지고 있다.

서회장이 올해 펴낼 호미예술제 16집에는 지난 해 호미예술제 당선 작품은 물론, 사회·경제·문화, 이 고장의 인물·명소 등 다양한 자료를 특집으로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호미예술제·다문화편지쓰기 장원한 사람들을 위해 기획·실행했던 영월문화 탐방이 호평을 얻어 올해는 최소 인원으로 공자의 고향인 중국 곡부탐방을 추진 중이다.

젊은 시절 술 많이 먹고 돈 몰랐던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흠이이라는 서회장은 "권력 앞에 아부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것"을 못하는 것 또한 가장 큰 결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진정으로 고향을 아끼고 진심으로 고향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자신의 피부도 호미곶 바람에 길들여져 강추위에도 끄떡없다는 그는 아마도 호미곶에 식재된 나무 만큼이나 시달리면서 여기까지 꿋꿋하게 걸어온 것 같다. 호미곶면에 식재된 나무들 또한 서회장을 닮아 모진 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조금씩 조금씩 자라 큰 숲을 이루며 대한민국의 가장 큰 중심이 되리라.

전어회를 즐기는 순수'호미곶'사람, 고향인 모두가 알아주는 영일만 사나이.

삼국유사에서 연오랑 세오녀를 발굴, 포항 일월사상을 정착시킨 후,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10년 1월 1일 호미곶 면으로 개칭됐으니 좌청룡 우백호의 영기(靈氣)를 가진 호미곶이 희망의 봄을 불러오는데 큰 힘이 되리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