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유명 프로선수의 연봉은 샐러리맨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정도로 엄청나다. 국내 스포츠 시장의 규모에 비해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문제다. 좀 한다고 소문만 나면 수억원은 예사고 10억원대 연봉자들도 상당수다. 이처럼 몇몇 선수들에게 뭉칫돈을 안기면서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게 국내 프로 스포츠의 현실이다. 프로구단의 인건비 비중이 70~80%에 달해 선수들 먹여살리기 위해 구단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프로구단이라면 당연히 돈벌이가 목적이어야 한다. 선수 이적료와 광고수입, 입장권 수입, TV중계권료, 대회 상금 등이 프로구단의 주 수입원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 구단이 흑자를 냈다는 소식은 아마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유일할 것이다. 인천은 지난 2006년 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인천은 주축 선수들을 팔아 적자 폭을 줄였다. 인천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2억원 이상 받는 선수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인천은 자신의 능력에 맞춰 구단살림을 알뜰히 꾸렸다. 우승보다는 재미있는 경기에 초점을 두고 선수단을 운영했다. 그러면서도 끈끈한 팀 컬러로 약체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시민구단이 나아갈 바를 인천이 제시했다는 호평이 따른다.

비록 5억원이지만 흑자를 낸 것만해도 뉴스가 될 정도로 국내 프로구단의 돈벌이 실력은 시원찮다. 열악한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을 감안하면 프로구단이 흑자를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렇더라도 일반 회사라면 몇번이라도 부도처리 됐어야 하건만 프로구단이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건재한 것은 비정상적이다. 모 기업에서 광고비 형태로 연간 100~300억원까지 눈 딱 감고 쏟아 붓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영원히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적자더미에 눌려 파산하는 팀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시장 논리에 따르면 당연한 것이지만 구단들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를 지원하고 있는 포스코도 수년 전 두팀을 합쳐 1팀으로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프로축구단에 지원하는 돈의 절반이면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오케스트라냐, 프로축구단이냐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팀에 들어가는 돈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당시 포스코 수뇌부의 불만이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포스코도 언제까지 프로축구단에 거액을 투입할 지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명확해진다. 살림살이를 줄여야한다. 거품이 잔뜩 낀 선수 몸값을 낮춰야한다. 선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한다. 프로라고 볼 수 없는 군인팀인 광주 상무가 K-리그 일원이란 점도 문제가 있다. 포항을 비롯한 14개 구단주들이 프로축구 정상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