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률 한국예총경북도연합회장

신상률 회장은 지난 7일 오전 경북일보를 방문해 경북 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경북지역 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북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산을 높여야 제대로 된 기획과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경북이 문화예술의 고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상률 한국예총경상북도연합회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사, 경상북도문예진흥위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사로 활동해온 신회장은 한마디로 포항문화예술계대부다.

신회장이 문화예술계에 몸담은지 올해로 60년째다.

문화예술 행사에 참석한 신상률 회장 부부.

옛 사람들은 바람소리조차 몇 십가지로 열거했다. 세상사 사물의 이치란 참으로 오묘하기에 예술인들은 보고 듣고 느끼는 일체의 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 오늘의 것이 내일의 것과 다르고 오늘 본 것이 내일 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며 살아간다. 이처럼 예술인생 60년이라면 언제나 새로운 깨달음 속에 살아가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리라.

신상률(76)회장은 포항 토박이다. 8백석 지기의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성장했다. 18세때 6·25로 황폐화된 포항에 석병호 정화식 최일곡 문장필 김병수 이무율 등과 중앙동 '청포도' 다방에서 '효안문학동인회'를 결성했다. 본격적으로 포항의 문화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문학 관련 일을 처음 시작한 신회장은 1956년 부산 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으로 돌아와 문인들과 어울리며 문학에 관한 담론을 곧잘 펼치곤 했다. 1958년에는 효안문학동인회는 '청포도' 에서 제 1회 시화전을 가지면서 '포항문인협회'를 탄생시키고, 포항문학지를 만들면서 신회장은 '별곡 1' '별곡 2'등 5편의 시를 발표했다. 그야말로 포항문학의 초석을 놓은 장본인이다.

영·호남 예술교류 행사에 참석한 신상률 회장.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씁쓸합니다."

신상률 회장은 당시 포항문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고 이명석선생의 문화운동 정신을 전수받으면서 "문화운동은 진실의 토대위에서 이루어져야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런 신상률을 이명석 선생은 무척이나 아꼈고 항상 격려해 주었다고 회상한다.

신회장이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칠십평생을 문학과 연극운동에 심취한 것은 이명석 선생의 고결한 문화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고향을 지키면서 포항문화예술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사람, 신회장은 문학과 연극 외에 음악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면서 포항합창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53년 KBS포항방송국에서는 방송드라마 작품공모와 성우 공채가 있었다. 이때 신회장은 희곡이 당선되면서 10여년 후배인 김삼일을 만난다. 김삼일 전영치 공설자 강신홍 김종희 등이 성우 1기생으로 들어와 신상률과 사제지간의 정을 맺었고 연극공연도 병행·추진했다.

1981년부터는 한국 연극협회 포항지부장을 맡아 2003년 5월까지 20여년동안 포항연극을 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특히 극단 '은하극장'을 전극연극제 본선에 진출시켜 김삼일·백진기씨가 연출상을 수상하게 했으며 정옥희 이휘향 황영란 하지희가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겼다. 극단 '은하극장'은 '대지의 딸'로 대통령상 수상을, '산불'로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청계마을의 우화'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포항시민들은 영일만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평했다.

신회장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이에 머물지 않았다. 1983년에는 포항시립극단을 전국 최초로 창단시켜 초대 단장을 역임, 포항연극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경북연극협회장을 맡아 경북연극제와 전국 청소년 연극제를 창설했다. 경북 각 지역의 가을 연극공연, 경북 청소년연극지도 워크숍 개최, 연출자와 연기자, 지도자 양성에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20년 가까이 한국예총 경북지회를 맡아 활동해온 신회장은 포항예총회장 15년, 경북예총연합회장직을 지난 2002년부터 8년간 수행해왔다.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을 해온 신회장의 치적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포항-후쿠야마 자매교류 30년이다. 때문에 지난 해 10월 18일에는 부부가 초청돼 문화·연극·음악·미술 교류 역할을 해준 공로로 후쿠야마 문화연맹 감사패를 받았다.

문학 인생 30년, 연극 인생 50년, 긴 세월을 예술과 함께 해오면서 경북예술문화에 곧은 길을 낸 신회장.

이제는 인구 53만의 거대 도시인 포항이 경상북도 문화예술의 중심지역이 된 만큼 포항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도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옛시민회관이 공연·전시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 포항 송도와 육거리는 문화가 연결돼는 더욱 풍요로운 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한다.

포항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명석선생의 고결한 문화운동 정신을 전수받은 신상률회장, 그는 지금 그 정신을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삼일 장광수 최희만 백진기 신계호 이협수씨 하지희 등 30여명을 연출·연기자로 배출시켰으며 많은 연극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신상률 회장의 영향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

포항 문화예술운동 전반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신회장은 "올해는 시립연극단 공연을 후쿠야마에서 할 수 있도록"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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