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 김희곤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

경북 안동은 독립운동의 첫걸음인 갑오(1894년 7월)의병이 일어난 곳이며, 전국최다 독립운동유공자와 자정순국자를 배출한 지역이다.

또한 전국 시군 가운데 포상자 수가 300명이 넘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한 지역의 독립운동으로 독립운동사 반세기를 채울 수 있는 곳도 안동뿐일 것이다.

최근엔 안동 사람만이 아니라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찾은 탐방객들조차도 안동을 '독립운동의 성지'라고 부를 정도다.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에 세워진 독립운동기념관 전경.

제 91주년 3·1절을 맞아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평생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한 김희곤(57)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을 통해 기념관이 건립되기까지의 배경을 재조명해본다.

1988년 안동대학에 부임하면서 안동사람들이 펼친 독립운동사를 본격 연구한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은 사실 중학교 2학년 때 백범일지를 읽고서 독립운동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이 방문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안동출신의 독립운동가들이 독립투쟁을 당연한 일로 여겼듯이 후세에 와서 독립운동투쟁사를 찾아내는 일도 당연히 해야 될 과제로 삼고 일 해왔습니다"

이런 김 관장의 정신 때문에 지금의 안동이 골골마다 독립운동 이야기로 넘쳐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안동지역이 독립운동 전반에 걸쳐 자랑할 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김 관장의 끊임없는 연구가 있었기에 더 값졌을 것이다.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은 중국지역에 있던 독립운동단체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연구를 주된 테마로 다뤄왔다.

김 관장은 "10년 정도 연구가 진행된 시점에서 안동사람들이 펼친 독립운동이 한국 독립운동사만이 아니라 세계 식민지해방운동사에서 단연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새 시대에 맞는 나라사랑의 틀과 이론을 만들어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자는 목표를 세우고 기념관 건립을 제안, 지금의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탄생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기념관 설립배경을 전했다.

사실 안동에 구국기념관을 설립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9년 9월부터이다.

그 후 2002년까지 학술적 뒷받침과 시민들의 공감대가 성숙하면서 5천500명의 안동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당시 이와 같은 운동은 기념관 건립의 기폭제가 됐다.

기념관 건립의 추진과정에서 그 명칭이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정해졌으며, 2002년 12월 이를 추진할 '안동독립운동기념사업회'를 발족하게 됐다.

2003년 2월 국가보훈처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고, 4월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 이듬해 2월 사업회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건립준비에 들어갔다.

김희곤 관장은 추진위원장을 맡아 기념관 건립 추진을 총괄 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사업은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김 관장은 "처음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할 때 불가능 한 일로 여겼던 사람들이 많았었다"며 "심지어 같은 학문의 길을 걷는 동료들조차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하게 생각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안동의 독립운동사를 알리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야한다는 그의 소신과 열정은 결국 꽃을 피우고 말았다.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이 안동의 독립운동사를 소중한 '자산'과 '문화'로 재탄생시킨 셈이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은 1894년 갑오의병에서 1945년 안동농림학교 학생항일운동에 이르기까지 51년간 쉼 없이 독립운동을 전개한 안동인의 활동을 기념하기 위한 교육장이다.

이는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고 안동만이 가진 가치이자 특수성이다.

이렇듯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안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이나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짓기까지의 김희곤 관장이 쏟아 부은 열정과 의지는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김 관장은 "안동시민 대부분이 기념관 건립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기념관 건립에 대한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관심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애써 그 성과물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수집·발간하고 있다.

또한 독립운동가를 찾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며, 후손들에게 자료 찾기와 포상 심사를 돕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안동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나라사랑 길을 가르치고, 교사와 공무원, 직장인에게는 자랑스러운 인물이 되기를 알리고 있다.

김 관장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2005년부터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전 50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그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내년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자료집을 완간한 뒤, 대중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김희곤 관장은 지난해 8월 7일 독립기념관(천안)에서 수여하는 제5회 학술상을 수상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07년 8월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개관 후에도 김희곤 관장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한국근대사·독립운동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사업을 전개하고, 독립운동사 발간·자료수집 및 독립운동가 발굴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 성과 뒤에는 독립운동사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 관장의 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관 곳곳에서도 김 관장의 손길이 숨어있다.

건축에서 전시실 건립, 자료수집에 이르기까지 관장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안동의 독립운동가 1천인을 영상으로 추모할 수 있는 영상추모실은 영상과 추모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김 관장의 아이디어가 집결된 공간이다.

기념관 주요시설로는 전시실·연수교육시설·자료실과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전시실에 전시된 유물 중에는 을미의병기의 '안동의소파록', '류인식의대동사', '안동조선물산장려회취지서' 등 안동인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유물 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1926년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권오설(權五卨)이 소장하고 있던 '신간회국내외정세보고'는 1927년 민족유일당운동과 관련한 자료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귀중한 자료다.

이처럼 안동의 독립운동사가 담긴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은 '안동의 소중한 자산과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희곤 관장은 "아직 독립운동의 자료를 찾지 못해 독립운동하신 선열들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후손들이 많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를 추적하고 역사적 사실을 정립해 뒤 따르는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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