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인- 변숙희 시안미술관장

변숙희 시안미술관장.

"2009년들면서 시안미술관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1년 365일 중 900번이 넘게 문닫는 것을 연구했다는 변숙희 시안미술관장(55).

지난 해를 기점으로 미술관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변관장의 여유있는 웃음 뒤에는 자신을 괴롭혀오던 병마에서도 벗어난듯 하다.

시안미술관을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 자연 친화적인 미술관으로 만들고 싶어한 꿈을 이뤄낸 여유로움이다.

시안미술관 외관.

변관장은 지방, 그것도 영천 오지(화산면 가상리)라는 지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시안미술관을 일약 유명미술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중앙에서도 하기 힘들다는 국제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중앙 굴지의 미술관보다 먼저 유치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관람객의 2/3는 서울 사람들이다.

시안미술관 전시실.

변관장은 KBS 대구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이다. 지난 1999년 남편과 함께 미술관 설립을 결심하고 부지 7천여평의 폐교를 구입한 후 리모델링해 1종 미술관(건평 6백여평, 조각공원 4천여평, 교육관 70여평)을 설립했다. 폐교된 교실 8칸이 그의 열정에 의해 자연 친화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변관장의 애초 꿈은 "나이들면 자신만의 공간, 사교의 장 하나쯤 갖고싶은 소박함"이었지만 규모가 커진만큼 현재 기획력 또한 전국 5위다.

2004년 개관, 2005년 미술관 등록을 마친 변 관장은 그동안 수준 높은 문화 향수권제공과 지역미술발전에 기여해온 인물이다.

이름이 예쁘면서도 예술적인 분위기까지 물씬 풍기는 '시안'이란 이름에 대해 "한글의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고 말한 적이있다.

그의 바람대로 시안미술관은 다양한 계층이 어느때나 편한 시간에 찾는 미술관이 됐다.

봄·가을 주말이면 2천~3천 명이 미술관을 찾는다. 마루바닥이 삐걱 삐걱 소리를 내는 것도 옛스러움을 전해주어 더욱 사랑받는 곳이다.

시안미술관의 특징은 가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미술관 풍광이 사계절 아름답고 운치있어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

물론 이들 모두가 입장료를 내고 전시를 보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 야외에서 공간예술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변관장은 이들이 언젠가는 시안미술관을 사랑하는 관람객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한다.

변관장은 지난 2009년 하반기 조각가 박충흠 씨를 초대해 실내 전시공간과 야외공간을 엮은 대규모 조각전을 열었다. 전시에 맞춰 열린 '조각 포럼'은 상반기에 이루어진 국제 컨퍼런스와 함께 시안미술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미술 애호가들에게 새기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가족대상 미술 교육프로그램, 미취학아동 미술교육프로그램외에도 매년 6~7회 국내외 유명작품을 전시해 문화의 지방화 시대를 이룩해오고 있다.

현재 전시가 진행중인 김호득의 설치미술 '흔들림, 문득-공간을 느끼다'는 시안미술관 전시가 끝나면 국립중앙미술관 전시가 예약돼 있다. 서울 전시 지방 유치는 흔하지만 지방의 전시가 서울로 유치되는 건 의례적인 일.

애초 팔공산에 미술관을 거립하고 싶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변과장 부부가 찾아나선 곳이 폐교다.

노을이 질 무렵 찾은 영천의 폐교는 너무 아름다웠고, 변관장의 마음을 순식간에 앗았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전시장 구성 등 폐교 임대에 따른 제약 때문에 2002년 이곳을 매입했고 시설을 보수했다. 6년동안의 보수·유지비에만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다.

"대구와 울산·포항·경주가 자동차로 30분 거리인지라 좋은 전시만 유치한다면 사람들이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관람객은 커녕 동네 주민들도 외면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고 한다. 자연 속에 자리한 미술관, 그것도 대자연을 음미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사실이 다른 미술관과 차별화시킬 수 있음을 알아냈다. 사재를 털어 버텨야 했지만 미술관다운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변관장의 열망이 오늘의 시안미술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 해 부터 문을 연 '어린이 미술관'은 서울 강남에 이은 두 번째다.

선점이란 이점 때문에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변관장은 올해에도 어린이 미술관을 개관했고 장차 어린이들이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데 일조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각종 기획전을 유치,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전시회로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그리고 말처럼 쉽지않은 작가와 미술관,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루어나가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21일, 변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박물관(미술관) 개관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미술의 지역화와 소외계층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 예술 향수권을 제공, 문화의 지방화를 이룩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인셈이다.

변관장의 현재 바람은 일몰 후 야외 전기공급이다.

빛의 도시 영천에 걸맞게 관람객들이 환상적인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뿐만아니라 그에 따른 특이한 축제 등이 특색있는 지방화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3~4개의 폐교를 활용, 연결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면 과학관, 체험공간 역할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변숙희 관장은 현재 (사)경상북도 박물관협의회 부회장과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중인 변관장은 옛 것을 바탕으로 현대성을 추구하는 것이 시안미술관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한다.

서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미술만이 해법이라고 믿는 변관장, 시안미술관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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