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회 전 경북도교육감 농촌교육, 도시보다 못할게 없어

도승회 전 경북도교육감

서울시교육청이 연일 비리 관련 뉴스를 뒤집어 쓰고 있다. 또한 지역의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청 평가와 청렴도 평가에서 계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 경북도교육감 역시 비리 문제로 지난 2008년 중도하차한 가운데 지역에서는 '구관(옛날 교육감)'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지난 12일(목) 도승회(75) 전 경북도교육감을 그의 자택(대구 수성구 황금아파트)에서 만났다.

도승회 전 경북도교육감은 재직시절 난치병 학생 치료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요즘 건강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아. 매주 일요일마다 테니스 3~4세트를 치지. 수요일마다 골프도 치고 있고. 골프는 지난 2006년 퇴임하면서 배웠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해서 지금은 친구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공짜로 치고 있어. 한 번 치면 9홀 두바퀴 돌아."

그는 재직시절부터 테니스 광이었다. 그는 "테니스에 미치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연식정구 선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주중학교를 나와 대구공고로 진학했다.

도승회 전 경북도교육감이 재직시설 난치병 학생들을 위한 행사에 참석,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중학교 때 공부를 잘 하셨을 텐데 왜 공고로 진학하셨습니까?

"그 땐 일반계와 실업계의 구분이 없던 때이기도 하지만 진학지도를 잘못 받았어. 공대 진학을 위해서는 공고를 가야한다고 담임선생이 카더라고. 중학교 때 토목에 관심이 많아 대구공고 토목과에 입학했지. 대학 진학을 위해 청구대 토목학과 야간과 경북대 사범대 수학과에 시험을 쳤는데 둘 다 됐어. 고등학교 시절 덜렁대고 까불고 하던 성격을 고치기 위해 선생도 괜찮겠다싶어 경북대 사범대에 들어갔지. 졸업 후 막상 교단에 서도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정치에 관심이 많아 그런 것 같았어-5년 쯤 하고나니 비로소 교사가 가치 있는 직업으로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경북지역을 돌며 교사생활을 했지."

-시골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자녀 교육은 걱정이 되지 않으셨습니까?

"영일군 기북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큰 아이를 포항중앙초등학교에서 기북초등학교로 전학시키려고 하자 담임 선생이 애를 시골로 보내지 말라고 해. 그래서 내가 '그카지 마라. 교사 실력이 다르나 교육시설, 교과서가 다르나. 시골교사도 국가가 인정하는 교사들이다. 시골이 뭐가 못하냐'고 그랬어. 지금이나 그 때나 농촌교육이 도시보다 못할 게 하나도 없어. 교육은 정말로 부모 하기 나름이야. 나는 선생이니까 내 아이를 가정에서 돌봐주기로 했지. 그 때 '다달학습'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여기서 공부 다 하기 전에는 나가 놀지 못하게 했어. 틀린 것은 반드시 다시 풀어보게 하고. 이걸 몇 년간 철저히 하다보니 애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가서도 혼자 공부를 하는거야. 그 때부터는 내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하게 됐지. 소위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생긴거야. 나중에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애에게 '학원에 다니고 싶지 않나' 물었더니 '학원 오가는 시간 아까워 안 좋아요'하더라고. 우리 아들 둘 다 학원 문 앞에도 안갔어."

그의 장남은 경북대 의대를 나와 지금 대구에서 이비인후과 의원을 경영하고 있고 둘째는 서울대를 나와 국내 유명 로펌의 변호사로 있다.

그는 지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두 번의 교육감을 지냈다.

-교육감 재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은 어떤 것들입니까?

"우선 과학교육에 집중했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예산을 집중투입했어. 독서교육도 열심히 해서 모든 학교의 도서실을 리모델링 했고, 소외계층 학생과 실업계(지금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특히 신경을 썼지. 이 중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재택교육하게 한 것은 경북이 처음이야. 실업계 학생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그 하나가 산업교육페스티벌이야. 학생들이 여기에 작품을 내놓으면서 대단한 자부심이 생겨. 뭐니뭐니 해도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난치병 학생돕기 사업이지. 돈없어 치료 못받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교육청 예산과 각계 성금으로 치료비를 마련했는데 정말로 경북사람들 대단해. 정이 많아.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아낌없이 성금을 내. 이 사업을 성공한 것은 경북과 대구 밖에 없어. 돈 많은 서울과 경기도도 성금이 나오지 않아 이 사업을 못하고 있지. 대구도 처음 1년동안은 성금이 적어 애를 먹었는데 지금 성공을 하고 있어 다행이고. 이 사업이 경북에서 성공하자 대구에서 경북으로 전학을 온 애들도 있어. 백혈병 학생 등 수많은 애들이 전액 교육청이 치료비를 대 완치됐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뿌듯해. 김주연 교육감 시절 내가 장학관으로 있을 때 전국 처음으로 초등학교 준비물 무상지급한 것과, 지금의 방과후 학교 모델이 된 '생동감 넘치는 학교' 사업 등이 지금 전국으로 퍼져 보람이 있고. 또 시골학교에 원어민이 잘 안오려고 하잖아. 그래서 외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많이 늘인 것도 잘 한 것 같고. 체육교육감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체육에도 많이 신경을 썼어. 처음 교육감 할 때 전국체전에서 12, 13등 하고 있더라고. 이걸 2등까지 높인 적도 있었어. 중요한 사업이라면 집중투자를 해. 째째하게 안하지. 그래야 효과가 있어 "

-지금 교육감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습니까?

"소신이 뚜렷해야 돼. 대가 차야 되지.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원칙을 지켜야돼. 한 번 기준을 만들었다면 도중에 바꾸면 안 돼. 예를 들어 인사기준이 갑자기 바뀌면 직원들은 '또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학부모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습니까?

"수성구에 간다고 미국 유학간다고 잘 되는 거 아니야. 가정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내가 아는 학생이 절도혐의로 경찰에 잡혀 갔어. 알아보니 부모들이 밤새도록 놀다 들어오고 하는 거야. 애가 밤에 뭐하는지도 모르는 집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겠나.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돼. 우리 작은 애는 주말에 여행하고 기타치고 실컷 놀더라고. 그런데 공부를 하면 집중해. 사법시험도 1년 반만에 됐는데 '질질 끌면 안돼요. 집중하면 돼요' 하더라고. 이 애는 공대에 다니면서도 사시에 합격한 것을 보면 집중력이 정말 중요하지."

그의 자녀교육 비법은 △가정에서 스스로 공부하게 하기 △집중해서 공부하기 △부모가 멀리서 관심가지기로 요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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