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

포스코 인재개발원 이영희 교수(78).

그는 한·일고대사를 해독하고 역사의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수필가,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이영희씨는 197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또 하나의 만엽집' 등 10여권의 일본어 저술을 통해 한·일 고대사의 비밀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1989년 일본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또 하나의 만엽집'에서 이교수는 "일본의 고전 '만엽집'에는 고대 왜열도에 진출한 한반도 세력의 언어와 역사가 들어있다"고 말해 일본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금은 2달에 한 번씩 일본에서 출간되는 '마나호(まなほ)를 통해 한국의 역사, 특히 고조선과신라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 65권을 발행했다.

"일본인들에게는 진실이 아니면 통하지 않습니다."

이 책을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역사가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가장 잘 알수 있다고 한다. 책값은 일본인들이 보내준다. 년 1만엔씩 보내주는 회원이 자그마치 500여명이다. 때문에 출판은 가능하다고 한다.

1989년 한 농부가 밭갈이 하다가 '영일냉수리신라비(국보 제264호)'를 발견했다. 이두로 쓰여진 비문을 해독한 사람도 이영희 교수다. 당시 이 비문에는 재물(또는 토지 등 재산)과 관련된 소송의 평결문이었다고 한다. "절거리는 강 모래에서 사철(砂鐵)을 골라내는 기술자의 직명으로 채취권을 절거리에게 준다는 내용이고 신광면은 신라의 무쇠터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영희 교수가 일본에서 발간하고 있는 격월간지 '마나호'.

"포항도 이제는 문화재 보존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습니다."

산업 일변도의 발전에는 문화·역사 등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일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영희 교수는 193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포항여중을 졸업한 후 서울로 유학,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한국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11대 국회의원(전국구)과 공연윤리위원장(85~88년)을 지냈다. 뿐만아니라 한국여성문인협회 회장, 소년한국일보 편집부장, 한국여기자클럽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국회의원 등을 지냈으며, 12년전부터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 재직중이다. 이 교수의 다양한 이력민큼이나 출간된 책도 다양하다. 단행본, 역사관련 서적부터 조선일보 연재물 4권, 동화책 32권 등 현재까지의 저서는 무려 53권이다. 35세에 첫 동화집을 냈으니 1년에 한 권꼴로 출간한 셈이다. 그 중 가장 많은 책이 역사관련 책이다. '노래하는 역사'는 9쇄까지 나왔다.

"'노래하는 역사'는 금년 말이나 내년 초 쯤 텔레비전에서 역사드라마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또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역사극의 인기에 힘입어 모 텔레비전 방송국과 드라마 제작에 관한 계약을 최근 끝냈다고 했다.

이교수의 하루 일과는 지금도 글쓰기다. 새벽 4시까지 글쓰고 잠자리에 들어 오전 10시쯤 일어난다. 대충 정리하고 인재개발원에 가면 또 다시 써야 할 글이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끝없는 열정이 두권의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교수는 한마디로 "그동안 골빠지게 일했다"고 한다.

고대사와 이두를 독학하면서 일본 고대사를 읽을 수 있게 됐고, 일본식 이두를 하는 사람은 이교수가 유일하다. 때문에 후계자가 없어 걱정이다. 또 누군가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고대어와 이두는 경상도 사투리 한문으로 역사적 사실을 꿰뚫는 추리력만 있다면 경상도 사람이 제격이라고 한다.

이영희 교수의 포스코 인재개발원 강의는 주로 무쇠에 관한 고대사 위주다.

공부를 하다보니 '신라 도끼는 세계적 브랜드였다'는 역사적 사실도 일러준다. 당시 외화획득의 효자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라삼국의 역사는 재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한다. '실크로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초원의 길'도 있어 많은 문명이 오갔기 때문이다. 또 운제산과 보경사가 '무쇠산'이었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이교수는 '연오랑 세오녀'설화를 볼 때 '포스코'가 포항에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이 교수의 연구실에는 전문서적이 빼곡히 꽃혀있다. 향가해석, 옛적 노래의 새풀이, 이두사전, 고구려본기, 가야사, 금석문 등은 손떼 묻은 그대로다. 이 책들과 함께해온 이영희 교수의 치적은 두고두고 역사의 기록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 이영희(李寧熙) 교수는

193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한국일보 문화부장과 논설위원, 11대 국회의원,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등을 거쳐 현재 포항제철 인재개발원 교수이며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대한민국아동문학상, 대한민국교육문화상, 소천문학상, 해송동화상 등을 수상했다.

'별님을 사랑한 이야기' 등 창작 동화집 27권, '사랑학 에세이' 등 에세이집 4권을 비롯해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사에서 '또 하나의 만엽집' '枕詞의 秘密' '일본어의 진상' '불가사의한 일본어' '되살아나는 만엽집' '무서운 노래' 등의 저서를 냈다.

2009년 9월 현재 만엽집을 해독함으로써 일본 고대사와 일본어의 진상을 캐는 격월간지 '마나호(まなほ)'를 62호째 일본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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