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열 경주시니어클럽 문화유산해설사

정기열 문화재해설사가 경주 포석정에서 서울에서 온 문화유산 답사팀 어린이들에게 포석정의 유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기열. 그는 문화유산해설사이다. 그의 소속은 경주시니어클럽의 문화유산해설사이지만, 문화재청의 문화재지킴이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그것도 부인과 함께 그 일을 한다. 그는 73세이고 부인은 70세이다. 벌써 7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그를 그의 일터인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에서 만났다.

부인이 만들어 온 커피를 앞에 놓고 마주 앉은 그의 얼굴은 건강해 보인다. 일에 대한 의욕이 넘치니 자연스레 내비치는 생동감일 것이다.

그는 원래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고, 강원도 삼척이 고향이지만, 포스코가 설립되자 바로 포항으로 와 포스코 계열사에서 일했다. 일찍이 문화유적을 좋아해서 전국의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문화재 사랑하는 마음을 키웠으니, 지금 이 일이야말로 그의 천직인 듯 하다.

-평소에는 뭘 하며 지내십니까?

"나는 문화재해설사 일을 하기 때문에 문화재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습니다. 해설을 할 때 철저한 고증에 의해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늘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죠"

"아이구, 잠도 안 자요. 자다가 일어나 보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늘 이런 거 만들잖아요"

남편의 흉을 보는 척 하며, 그가 만든 책을 펴 보이는 부인 김옥분 씨의 얼굴에는 남편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배어 있다.

-지금 우리 나이로 73세신데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하실 건지, 또 다른 계획은 있으신지요?

"나이 칠십이 넘었으니 노인인 것은 틀림없으나, 일에 대한 의욕에 있어서는 젊은이 못지 않습니다. 앞으로 현장에서 더 일하고, 지금까지 공부한 문화재 관련된 일을 정리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남기는 것으로 보람을 찾겠습니다"

-나중에 자제분과 함께 사실 계획이신지?

"아들 하나 딸 셋이 있지만, 아무리 자식이 효자라도 세대가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같은 일을 하는 아내와 둘이 사는 것이 제일 편하지요. 늘 이렇게 함께 살다가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아내를 보며 껄껄 웃는 그의 웃음에 아직 소년같은 풋풋함이 남아 있다.

-책도 만드셨다지요?

"네, 여기 다니면서 옥산서원과 독락당이라는 책을 만들었고, 단군부터 현 정부까지의 연표를 만들었지요"

-실버로서 사회에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허허. 그런 거 없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 왔으니, 우리가 후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면 바람직한 삶이 되겠지요"

그는 독락당으로 가야한다며 일어섰다. 부인과 나란히 고색창연한 한옥 아래로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단순히 실버들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님을 알겠다.

▶정기열씨는?

·1938년 강원도 삼척 출생.

·한진기업(포스코 계열사)을 거쳐 외중기업 상무이사 역임.

·2003년부터 경주시니어클럽 신라 문화유산 해설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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