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 목사>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보고픔이 한층 더 솟아나는 가을의 절정기에 도달해 했다. 만남이라는 말만 생각해도 가슴 뭉클거리는 그런 계절이다.

만남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목적과는 상관없는 만남이라 할지라도 만남 그 자체는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주제이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만남도 있었고,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야 할 만남도 남아있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만남 그 자체는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만남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 심지어 만남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무거운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그런 만남들을 ‘잘못된 만남’이라고 한다.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인생 자체가 파탄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 평생을 살아가가면서 만나는 만남 자체가 한결 같이 아름답고 설렘만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만남 보다는 소위 말하는 ‘잘못된 만남’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그래서 만남은 짧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아름다운 만남일수록 ‘짧은 만남, 긴 이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더라.

시대가 어수선하고, 사람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만남’ 자체가 거추장스럽거나, 아니면 피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이 생겨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만남의 목적이 사무적인 것이든, 아니면 애정적인 것이든, 또는 우정적인 것이든 사람은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게 되고,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게 되는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남은 ‘삶을 이어주는 끈’ 이라고도 한다.

땅 위에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만남 중에 평생 가슴에 소록이 담고 살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만남도 있을 수 있겠고, 아니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배신과 배반의 만남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과의 인벽人壁을 만들어 놓거나, 아니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를 단절하고서 혼자만의 고립된 삶을 추구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벗어나야 한다. 특히 아픔의 만남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벽을 넘어서야 하고, 단절된 끈을 이어가야 한다.

‘미치 앨봄’의 작품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읽어 보면 ‘만남’이라는 끈이 얼마나 귀한 것이고, 또 소중한 것인가? 를 잘 얘기해 주고 있다. 좋은 만남이었던, 불행한 만남이었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천국까지도 그 만남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살아가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람은 만남의 존재이기에 자신이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피해를 입을 수 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 이 모든 것은 용서와 화해로 끝이 나게 되어있음을 메시지로 남겨준다. 이 책의 역자는 이런 말을 옮기고 있다. “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이 세상 전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엄연한 진리 앞에서 사뭇 엄숙한 마음이 된다.” 그렇다. 사람은 관계의 존재이다. 관계는 만남을 통해서 맺어진다. 유익한 만남이든, 아픈 만남이든 나름대로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만남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마음의 문을 내리 닫고 만남을 회피하는 일은 자신을 더 깊은 고통과 아픔으로 몰아넣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오히려 힘들고 괴로울수록 마음 문 열고 만남의 자리를 만들거나, 아니면 만남의 자리로 나갈 수 있다면 또 다른 삶의 유익을 얻을 수 있음을 확신해 본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누군가를 만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잠시 소원했던 사람들, 아니면 섭섭함과 아쉬움으로 인해 잠시 마음에 간직하지 못했던 사람들, 또는 마음에는 늘 생각하면서도 못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전화 한 통, 그리고 한 번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깊어가는 가을에 또 다른 삶의 의미가 주어지지 않을까?

만남은 삶을 이어주는 끈임을 기억하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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