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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질병 '불효 바이러스' 퇴치 나섰다
사회적 질병 '불효 바이러스' 퇴치 나섰다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0년 04월 28일 23시 10분
  • 지면게재일 2010년 04월 29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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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현동 노인회 중심 효·사랑 실천연합 창립
대구시 북구 대현2동의 한 경로당에서 권영락 대현동 노인회장을 비롯한 각 동네 노인회장들이 '효·사랑실천운동연합' 간판을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 대구시 북구 대현동 권영락 노인회장이 대구지역 노약자 지원단체인 신문고를 찾았다.

권 회장의 얼굴은 몹시 상기돼 있었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습니까? 또, S동에 사는 한 독거노인 집에 3년 만에 찾아온 외아들이 팔순 노모가 파지를 팔아 생계비로 쓰려고 모아놓은 30만 원을 몽땅 털어 갔답니다. 해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만시지탄이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 노인들이 나설 겁니다."

대구지역 노인들을 중심으로 '효(孝) 운동'이 시작됐다. 우리 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는 불효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노인들은 올 초부터 대구시 북구 대현동 노인회를 중심으로 효 운동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 동네 경로당마다 '효·사랑 실천운동 연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효 운동의 첫 걸음을 내디딘 것.

4월 현재 북구 대현1·2동 8개 경로당이 효 운동 간판을 내 걸었다.

권 회장을 만나 효 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어르신들이 효 운동을 시작했다니 대단합니다.

"지금까지 자식을 탓하고 정부를 원망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노인들이 나서 효행은 표창하고 불효는 감시하고 벌을 주는 일을 할 것입니다."

-불효자 논죄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텐데요.

"우리나라에는 불효처벌법이 없어 고민입니다만 우리 노인네 방식대로 할 겁니다. 모든 경로당에 효운동 간판을 내걸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효를 경계하게 하고 효행 사례를 수집하여 귀감이 되는 사례는 대자보를 만들어 마을 공공 게시판에 갖다 붙이겠습니다. 문제는 불효자 논죄인데, 불효자도 대자보를 붙이고 노인들로 하여금 계도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효도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만 효도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간판도 '효·사랑, 실천운동'으로 했습니다. 효도와 자식사랑을 호혜적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불효자는 시대의 피해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금만능주의가 부모님을 몰라보게 한 것입니다. 불효는 사회적 질환으로 이 바이러스의 제공자는 다름아닌 우리 사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효자는 선의의 감염자들입니다. 불효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염을 막을 방법은 있는지요?

"옛날 중국에서 불효자는 곤장을 쳐서 외딴 곳으로 격리시키고 집터는 파내 못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도 불효는 십악에 포함시켜, 국가안위와 관계되는 내란죄나 반역죄와 동일시해 엄중 처벌하고 경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훨씬 살기 좋아진 세상이지만 노인들의 인권은 오간 데 없습니다. 늙고 병든 제부모를 방치하고 심지어 손찌검까지 하는 자식들이 있는 데도 그냥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효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권 회장의 말을 듣고 돌아서자니 필자도 큰 죄를 지은 심정이다.

예로부터 효는 백가지 행실의 근본이요 만가지 가르침의 근원이라 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노인들의 효 운동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효를 실천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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