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김형규 할아버지 독일서 만난 노파에 감동 받아 40년 동안 꾸준히 '선행' 실천

불사약을 구하려고 만방에 사절단까지 보냈던 진시황도 나이 쉰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불로초가 정말로 있기는 한 것일까?

병원에도 안 가고 보약도 먹지 않으면서 장수한다는 노인이 있다고 해 찾아갔다. 노인은 첫 눈에 보통 분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은 티없이 맑고, 안정되고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기자의 명함을 받아 든 김형규(92·가명·대구시 북구 산격동) 어르신은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비결 같은 것도 없고, 사진 찍는 것도 거부했다. 간신히 잠시만 쉬었다 가기로 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어르신께서는 연세가 아흔 셋이라는데. 젊게 사는 비법이 있습니까.

"화내지 말고 살어. 속상하는 일 있거든 역지사지(처지를 바꾸어 생각) 해보고 그리고 매일 한 가지씩 좋은 일 해봐"

-비결치고는 쉬운 것 같지만 어르신의 철학이 궁금했다. 한 달에 한 가지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좋은 일을 할 수가 있습니까?

"마음 먹기에 달렸지. 내가 60대 때 독일 가서 배운 것인데 한 번 들어 볼끼여…. 그때만 해도 옛날이었지. 30여년 전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사촌동생을 찾아 갔는데 독일 한 도시에 도착, 동생집을 찾는데 해가 서산에 기우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지 뭐야. 이때 골목길에서 한 노파를 만났어. 주소를 보이며 물으니 노파는 밝게 웃으며 찾을 수 있다며 따라 오라고 하잖아. 그런데 이 노인도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무려 한 시간 가까이 헤매는 거야"

이야기는 계속됐다. 김씨 어르신은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 일단 여관에 가서 묵겠다고 했다. 그러던 중 가까스로 동생집을 찾아 낸 노파는 어르신보다도 더 기뻐하며 좋아했다. 동생 집에 들어가기를 극구 사양하는 노파를 집안에 모시고 정중히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파는 "내가 도리어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나는 오늘 매일 실천하는 '하루 한 가지 좋은 일'을 못해 고민 끝에 골목길에 나와서 일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한국 신사가 길을 물어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김씨 어르신은 그 말이 당시엔 신기하게 들렸다. 연유를 물었다. 독일 노파는 당시 나이가 95세였다. 노파는 40여 년 전부터 하루 한 가지씩 선행을 실천해 왔다고 한다.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작은 일이라도 일일선행을 실천했다. 노파께서는 날마다 선행을 실천하는 것 외에는 별도로 운동을 하거나 건강식, 보약 같은 것을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뚜렷이 병원치료를 받은 적도 없었고, 몸져 누운 적도 없다고 했다. 2남 1녀를 대학교수와 대기업 간부로 둔 다복한 가정에서 생활 속에 하루 한 가지 이상 좋은 일을 실천하면 하루 종일 기분 좋고, 화낼 일 도 없고, 피로한 줄도 모르고, 하는 일마다 마음 먹은대로 잘 되었다고 한다.

독일 노파에게는 '선행이 곧 기도요' 불로초였으며, '슬기와 축복의 원천'이였던 것이다.

김씨 어르신은 독일 노파에 배운 것을 지금껏 실천하여 아직까지 의료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종합건강검진 한 번 받아 본 적이 없고, 음식을 가려 먹거나 보약 같은 것을 챙겨 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 어르신은 역설했다. "매일 좋은 일을 하면 매일 좋은 일이 생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자연의 이치와 같다. 선행은 하나의 원리야" 필자는 어르신이 하는 일일선행을 나도 할 수 있고 누구라도 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일찍이 성현께서는 '일체유심조'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전화 한 통으로도 할 수 있고, 길 가다 손수레를 밀어 주는 일도 선행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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