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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요리·예절 교육… 이주여성들의 친정어머니가 되다
한글·요리·예절 교육… 이주여성들의 친정어머니가 되다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0년 05월 12일 23시 31분
  • 지면게재일 2010년 05월 13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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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방문강사 강순조 할머니
다문화가정의 조기 정착을 돕는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는 강영자 씨(왼쪽부터)와 강순조 씨가 중국 출신의 쫑 위지, 진 쓰펀 씨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란 말이 어느덧 우리 일상사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들의 따뜻한 눈길, 친절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국제결혼이 자유로워지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다문화가정. 경주 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이 다문화가정을 도와주고 있다.

온 누리에 내리는 축복처럼, 신록이 눈부신 오월, 경주시니어클럽 한윤정 과장의 안내로 다문화가정을 위해 일하는 강순조(73) 씨의 집을 방문했다. 잘 자란 잔디가 깔린 마당 한 쪽에 진한 자주빛 모란이 오월의 여왕답게 화사하게 피어 있다.

자신의 집에서 그녀는 동료 강영자(72)씨와 함께 중국여인인, 쫑 위지(32)와 진 쓰펀(32)에게 한글 뿐 아니라 요리와 예절, 특히 임신 중인 진 쓰펀에게 친정어머니처럼 육아법도 가르치고 전반적인 우리 문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둥근 상에 책을 펴놓고 마주앉은 그들, 가족같은 따뜻한 분위기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방안 가득 넘쳐난다. 한글을 주로 가르치는데 이미 동화책 과정은 마치고 오늘 공부하는 책은 한글과 더불어 가족 관계에 대한 호칭, 존칭 등 여러 가지를 알아보는 "우리 가족이 최고야"라는 교재다.

두 학생이 공부한 공책을 자랑스럽게 펴 보이는데 또박또박 쓴 글씨가 제법 자리가 잡혔다. 일 년 동안 함께 공부한, 알찬 수확이다. 기자의 방문으로 잠시 책을 미루고 마주앉는 강사들에게서 70대의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젊어보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경주시니어클럽에 봉사하러 갔다가, 열다섯 가지의 사업 중에서 다문화가정 봉사를 택했습니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가르치는 일이라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나이는 먹었지만 사회참여를 하고 싶었지요"

- 이 일을 하고 있는 지금과, 그 전의 내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일주일에 두 번 가르쳐야 하니까 잘 하려고 수업준비도 열심히 하고 또 아무래도 몸단장도 하게 되고, 주변에 관심도 많이 가지게 되고, 또 시간의 중요성도 느끼고…정말 좋아요"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젊어지는 기분이지요. 활기차고, 자신감이 생기고, 이 사람들이 하루하루 한글과 우리 문화를 깨우쳐가는 것을 보면,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지요"

그러면서 두 중국인 젊은이를 보는 그들의 시선이 따사로워 보인다.

-몇 살까지 이 일을 하실 것인지?

"건강하기만 하면 오래 하고 싶습니다. 우리 한 과장님이 쫓아내지만 않으면요"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생의 희망을 본다.

-점점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들은 많은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부모, 형제, 고향을 떠나온 그들에게, 선입견을 버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주고, 그들의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것이지요. 지난날의 국제결혼하고는 많이 달라졌지요"

열심히 배우려는 30대의 중국 여인, 쫑 위지와 진 쓰펀, 그들에게 우리 것을 한가지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70대의 강순조 씨와 강영자 씨, 함께 머리를 맞대고 웃으며, 즐겁게 공부하는 그들에게 젊음과 늙음의 경계는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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