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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노인들의 '119' 오늘도 달린다
불우 노인들의 '119' 오늘도 달린다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0년 05월 27일 00시 05분
  • 지면게재일 2010년 05월 27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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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미경 씨 중고 오토바이 삼륜차로 개조…8년째 몸 아픈 노인 병원 왕래 도와
8년째 동네 노약자를 돕고 있는 '119 아줌마' 성미경 씨가 무의탁 노인을 부축해 병원을 다녀오고 있다.

성미경(47·여·대구시 북구 대현1동)씨는 언제 만나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성씨는 오토바이를 삼륜차로 개조해 객실을 만들고 의지할 곳 없는 노약자를 싣고 차에는 사이렌을 부착, 색안경을 쓰고, 날마다 신나게 달린다.

지난 21일 사이렌을 울리며 골목길을 나서는 성씨를 집 앞에서 만나 잠시 얘기 좀 하자고 하니 지금은 '긴급'이라고 하면서 대담을 3시간 후로 미뤘다.

성씨와 필자는 6년 전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때는 참 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씨를 여러 해 지켜보면서 그의 갸륵한 마음씨에 필자의 인식도 점점 바뀌어갔다.

-변함없이 119활동을 하고 있군요.

"남이 볼 때는 작은 봉사지만 저한테는 천직입니다. 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부축해 병원을 오갈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오늘도 김기원(82·대구시 동구 신암3동) 노인이 몸에 열이 난다고 하시기에 급히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후에는 이춘홍(90·북구 대현2동) 할머니 댁에 가서 소독도 해드리고 시장도 봐드려야 합니다. 의탁할 곳도 없고 혼자서는 거동도 못하는 가난한 노인들이 저같은 사람이라도 있어 돌봐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돈이 없어 병원에 입원도 못하고 아플 때는 택시를 불러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또 노인들이 사는 셋방에는 택시가 들어 갈 수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성씨는 8년 전 어느 날 불현듯 어떤 사명감에 쫓기듯 이 일에 나섰다고 한다.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회고한 것이다.

-오랫동안 노약자를 돕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노약자를 돕는 일은 정부나 부자들이 나서야 할 일이지 영세민 수준을 겨우 벗어난 저 같은 아녀자가 할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주제 넘는 짓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정부나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차마 두고 볼 수 없는 참담한 처지에 있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심했습니다.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삼륜차로 개조하고, 객실을 만들고, 사이렌을 달면 작은 비용으로도 노인을 모시고 가까운 병원을 오갈 수 있고, 안전에도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8년이나 되었네요"

-119 활동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참 고마운 분들이지요. 매월 오 백원, 천 원씩 도와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제가 양식이 떨어진 노인이나 연탄을 못 사 냉방에 계시는 노인이 어디에 살고 있다고 귀띔해 주면 전기장판과 라면을 구입하는데 보태라고 하면서 작은 수입에서도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노점상 단속이 심하고 장사도 잘 안돼 도움이 크게 줄었습니다"

-남편은 무엇하나요?

"본래 영세한 자영업(철공소)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힘들지만 앞으로는 잘 되겠지요"

-119 활동으로 가족들한테 미안하지 않습니까?

그는 한참동안 필자를 쳐다 보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성씨와 함께 병원을 다녀 오는 이옥임(85·대구시 북구 대현1동)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할머니는 "이 아줌마가 없으면 나는 못 살아요.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내 딸이라도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어요. 눈도 어둡고, 귀는 안 들려요. 다리도 아프고 해서 하루종일 누워있습니다. 아줌마가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줌마는 내가 아플 때 연락만 하면 언제나 잘 도와줍니다.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지요"라고 말했다.

-119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며 바라는게 있다면?

"내 능력껏 불우한 노인들을 돕고 싶은데 아직 여건이 미비해서 좀 힘이 듭니다. 이 자리에서는 오해를 살까봐 말하기가 그렇고…. 바라는 것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여생을 마칠 수 있는 세상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선행은 선행을 낳고 복을 짓는 법. 119 성미경 씨가 소원 성취하여 더 많은 노인들을 구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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