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사·한시의 대가 박재호 선생

백두대간 선자령에서 박재호 선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 (松亭)박재호 선생을 만나기 위해 그의 '천일천수'라는 책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곳을 찾아갔다.

출판기념회라는 데는 더러 가봤지만, 이렇게 창(唱)으로 풍악을 울리며 시작하는 식전행사가 있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선생이 창에도 조예가 깊어 그를 따르는 회원들이 축하공연을 벌린 것이다. 각계각층의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젊은 날, 그가 낙농업을 연구할 때부터 오랜 지기였고, 경주박물관회 회장을 지냈던 고현우 씨는, 이태백이 일배일수(一杯一首)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천일천수(千日千首)라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희한한 일이라고 축사를 했다.

박재호 선생, 그를 한마디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현재 포항노인복지회관에서 주역을 강의하는 강사지만, 하는 일과 관여하는 단체들이 많아 선생은 늙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

선생은 주역과 한문을 공부하기 전에는 농업을 연구했다. 과학영농과 농민권익단체를 만들고 낙농협동조합을 창립해서 초대와 2대 조합장을 지내고 60이 되었을 때 처음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60에 처음 시작한 한문 공부지만, 사서오경( 四書五經)과 한문관계의 거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그의 이런 초인적인 노력이 오늘날 주역 강사까지 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주역 공부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한문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히 주역을 알게 되었고 너무나 심오한 의미를 가진 것에 매료되어 2년간 열심히 독학했지요. 혼자 알기에는 너무나 깊은 의미가 있는 학문이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한림원'이라는 주역을 공부하는 단체에 가입했지요.

--'한림산수회'라는 모임을 이끌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림원과 연관이 있습니까?

"네, 한림원 회원 중에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인 것이지요. 여기서 13년간 회장을 맡아했는데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후배에게 맡겼습니다.

산도 주역만큼이나 내 생활에서 중요합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산행으로 백두대간 42구간을 완주했고 국내 산들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유명한 산들도 다녀왔습니다.

"산은 내 애인이지요." 그러면서 웃는 그의 표정에서 나이를 읽을 수가 없다.

선생은 그의 산행기에서 "체력이 줄어들 나이인데도 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오히려 빨라짐에서 인체의 기능과 두뇌의 활동은 조금은 무리하게 단련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고 쓰고 있다.

선생은 이외에도 일월시역연구회(시와 주역을 연구하는 모임) 해맞이회(영일군이 없어진 것을 아쉬워해 포항의 원로분들이 결성한 모임) 시조창회 등에 몸담고 있고 ,박씨종친회 회장을 15년 동안 하면서 사무실에서 무료 한문서당을 열어 주부, 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번에 내신 책 제목이 '천일천수'인데 언제부터 매일 한시를 쓰셨습니까?

매일 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텐데요.

정해년(71세) 초하루에 올해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하다가, 하루에 한 수씩 시를 짓겠다고 결심하고 매일 썼습니다. 말하자면 위기지학(爲己之學) 즉 자기를 위한 학문이고 자기수양이지요.

아무렇게나 쓰는 일기도 매일 쓰기가 어려운 일인데 그 형식이 까다로운 한시를 매일 쓰고, 산에 다녀와서도 반드시 산행기를 써 1천22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책을 만들었다. 그것도 스스로 컴퓨터 작업을 해서 편집을 했고, 자신의 홈페이지, 까페, 블로그를 갖추고 있는 컴퓨터의 달인이기도 하다.

선생은 시(詩), 서(書), 화(畵), 창(唱)에 두루 일가를 이루었지만, 나서거나 상을 탐하지 않는다. 주위에서 아무리 권해도 상을 주는 전시회에 선생은 작품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포항노인복지회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주역을 강의하면서, 주역에 푹 빠져 산다. 그는 사람 사는 생활 자체가 주역이며, 주역을 행하면서 평생을 산다고 한다. 자기가 살아온 것을 주역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다고 한다.

주역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되는 말이지만, 선생의 얘기를 들으며, 선생의 의욕에 찬 젊은 모습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열심히 살면, 숫자에 불과한 그 나이, 그것을 많이 먹으면 늙는다는 것을 두려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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