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사회부 차장)

'유쾌한 도전'은 아쉽게 끝났다. 태극전사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남아공 월드컵과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전 세계 축구선수들의 선망의 대상인 월드컵이란 꿈의 무대에서 내려서야하는 선수들의 허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선수들은 특히 더할 것이다.

"1경기만 더 이겼더라면…."하는 아쉬움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품었을 터이다. 내친김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선수들의 굳은 각오는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패에서 성공의 교훈을 얻듯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예선에서 만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는 물론이고 16강전 상대인 우루과이도 FIFA(국제축구연맹)랭킹에서 모두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팀들이다. 이들 세계 강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축구가 16강에 오르고, 8강진출을 바라는 것은 더 이상 이변도, 행운도 아니라 바로 실력이었다.

23명의 태극전사들은 허정무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보름동안 유쾌한 도전에 나서 '원정 첫 16강'이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업적을 일궜다. 허 감독이 결전지인 남아공으로 떠나면서 "유쾌하게 도전하겠다"고 던진 출사표가 그렇게 신선할 수 없었다. 우루과이전 패배가 즐거울 리 없지만 너무 슬퍼할 일도 아니다.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봤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월드컵으로 기억될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도전'이 16강에 멈춰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다. 유럽과 남미 축구강국들과의 실력 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더 이상 못 넘을 벽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면 우리가 월드컵에서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설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다.

'G(글로벌)세대'로 통칭되는 20대의 태극전사들은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과 맞서 전혀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백호의 용맹한 기상을 뿜어냈다. 30세를 넘긴 고참들도 신세대들과 호흡하며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다. 외신들은 "한국축구가 강해졌다"며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4천800만 국민들도 '12번째 선수'가 돼 이번 월드컵을 유쾌하게 즐겼다. 과거처럼 1승에 목숨거는 벼랑끝 심정이 아니라 16강, 8강을 꿈꾸는 행복감에 젖어 밤잠을 기분좋게 설쳤다. 국민들은 태극전사들 덕분에 즐거웠고, 우리축구가 강해졌다는 믿음에 행복했다.

안방에서, 길거리에서 울려퍼진 "대~한민국" 함성은 이제 사라졌다. 팬들의 힘찬 응원가를 K-리그에서 다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력을 다했지만 우루과이에 아쉬운 패배를 당한 태극전사들은 곧 귀국길에 오른다. 목표를 향해 열정을 다바쳤기에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원정 16강의 의미있는 전리품을 안고 돌아오는 '허정무 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12년 간 월드컵을 향해 달려온 포항 프랜차이즈 스타 이동국도 진한 아쉬움을 털고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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