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환 전 대구 동구청장

오기환 전 대구 동구청장은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덕목을 겸손으로 꼽았다.

"지도자는 의식주가 지역민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평생을 약자를 위해 등대 같은 삶을 살아온 오기환(79·전 대구 동구청장) 선생은 지극히 검소한 의식주 생활로 서민들에게 많은 위안과 교훈을 주었다.

민선 1기 대구 동구청장으로 취임할 때는 먼 길을 걸어서 출근해 화제가 됐고 식사는 구내식당 등에서 직원들과 함께 국수로 때우기 일쑤여서 당시 한국의 잠롱(방콕 전시장으로 청백리로 알려짐)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그다.

선생은 지금도 조용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노인운동을 하고 있다.

-언제나 편안하게 대해 주시고 서민적인 모습인데요.

"서민적으로 사는 게 저한테는 가장 편안하다. 보통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평범한 저의 가정생활이 지금까지 주민들의 정서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20년 전 민선 1기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먼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는데 당시 왜 그렇게 했는지.

"평소 소신대로 했을 뿐이다. 당시만 해도 출퇴근 시간엔 교통체증이 심했는데 구청장이 조금 일찍 일어나서 걷거나 버스로 출퇴근하면 교통소통에 얼마간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가용을 소유하지 못한 분들한테 다소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미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성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라' 라고 하였습니다. 지도자는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해야 하며 자신부터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지도자 중에는 호의호식하면서 위민을 강조하고 방탄차를 타고 다니면서 믿음과 자비를 운운하는 종교지도자가 있습니다. 사람은 형제간에도 잘 살고 못 살면 그 세정을 모르는 법입니다. 고래 등 같은 집에 살면서 서민을 위한다고 해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과 고통은 대부분이 상대적인 불평등감, 박탈감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의식주 생활에서 조금만 이웃을 배려하고 겸손해져도 소통과 화합, 사회적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북일보가 노인세대를 위해 '실버세상' 지면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인들한테는 '구세주'를 만난 느낌입니다. 처음 뉴스를 접할 때는 어깨가 다 으쓱해지더군요. 이제 경북일보가 실버세상을 열어주었으니 우리 노인들은 백만 원군을 얻은 셈입니다. 지금까지는 가정과 사회에서 홀대받아도 말 한마디 할 곳이 없었는데 경북일보가 우리 앞에 '대변자'로, '보호자'로, '선도자'로 우뚝 서 주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습니까? 특히 자식과 정부만 믿고 아무런 준비 없이 한 평생을 희생해온 선량한 노인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리라 믿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악하지 않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았으며 작은 보수에도 불평하지 않고 솔선해서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선하게 살아온 사람들. 이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마지막 남겨 놓은 양심의 등대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삶을 보살피고 권익을 신장하여 사회적 양심의 불씨를 다시 지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지금은 노인 수난시대입니다. 보릿고개 때도 지금 같은 고통은 없었습니다. 지금의 가난한 노인들은 배만 고픈 게 아닙니다. 경북일보가 우리 노인들 지면을 만들어 주었으니 여러 노인회 회원들과 손잡고 살기 좋은 노인세상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인이 불행한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누구도 노인이 안 될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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