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무료급식소 '이웃집' 안방마님 이성화·송금자씨

자신들의 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 폭염 속에 두 할머니는 흐르는 땀방울도 아랑곳 않고 경북 경주시 동천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이웃집'에서 점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진 오른쪽이 이성화, 왼쪽이 송금자 할머니.

이성화(76)·송금자(71) 할머니는 이웃에 살면서 성당에도 같이 나가고, 봉사도 같이 다닌다. 두 할머니는 경주시 동천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이웃집'까지 30분을 걸어서 간다. 거기서 일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늙은 자신들의 손이 필요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볍다.

'이웃집'은 뜻있는 몇몇 교회에서 힘을 모아 지난 1993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두 할머니는 각 교회에서 몇 명씩 나오는 젊은 봉사자들과 똑같이 일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도 가고 시간이 되면 두 번도 간다.

필자가 방문한 날도 35~36℃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두 할머니는 흐르는 땀방울도 아랑곳 않고 점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 90~100명 식구가 먹을 것을 부족하지 않게 해대려면 모든 봉사자들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오전 11시도 되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전 11시부터 배식이 시작되자 주방의 모든 봉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낮 12시쯤 되자 오는 사람들이 뜸해지고 모두들 땀을 씻고 한숨 돌린다. 그때서야 두 할머니와 마주앉았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게 된 동기는.

"우연히 봉사하는 교우를 따라왔다가 함께 봉사하게 됐습니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50대부터 했으니까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봉사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연세 드신 분들이 이곳에 식사하러 오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해요. 주로 소외 계층에서 많이 오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도 많아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젊을 때 노후생활 준비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좀 더 많은 독지가들이 있어 그들이 배고프지 않게 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요."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뭘 했는지.

"역시 급식봉사를 했습니다. 불교재단에서 하는 곳에서도 했고, 경희장애인학교에서 급식봉사를 했는데 학부형 회의가 있는 날에 고급차들이 많이 들어와요. 그런 걸 보며 부자들도 자식 걱정은 어쩔 수 없고, 걱정 없는 사람은 없구나 싶었어요. 자식들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도 감사한 일이고, 내가 건강하게 봉사 다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평소에는 뭘 하며 지내는지.

"여기 안 올 때도 바빠요. 동국대학교 노래 교실에도 가고, 이 형님은 대학생입니다. YWCA 행복대학에서 요가도 하고 노래도 배우고, 좋은 강의도 듣고, 자식들에게 짐이 안 되려고 많이 애쓰지요. 나는 영감, 아들이 집에 있어 밥 챙기느라 많이 다니지는 못하지만, 나만 부지런하면 배울 것도 많고 봉사할 것도 많지요. 나이 같은 것은 잊고 살아요."

"YWCA 행복대학에도 여기에서 급식을 합니다. 이 형님들은 남에게 도움을 받을 연세인데도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우리가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니까요."

이들과 함께 봉사하는 윤영애(67)씨가 웃으며 거든다.

-일 하시는 것이 힘들지 않은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

"주위에서는 일흔이 넘었으니 쉬라고들 하지만 우리 나이에 병들어 누워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요. 봉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봉사의 기쁨을 모릅니다. 쉽게 그만 둘 수가 없는 것이 봉사거든요. 더 나이를 먹어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이웃을 위해 일할 생각입니다."

아직 땀이 덜 마른 얼굴로 웃는 그들의 표정이 푸근하고 편안해 보인다.매사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며 사는 두 할머니의 여생이 편안하고 축복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그곳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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