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훼리 타고 중국 태항산대협곡을 가다
해발 1천739m 붉은 암석…높이 80m 거대 폭포

멀리 절벽위에 마을이 보이는 태항협곡

인구 13억, 면적이 대한민국의 98배인 중국은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나라다. 우선 그 넓은 땅덩어리가 그렇고, 기묘한 풍광과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역사 유물들이 그렇다. 인천과 중국의 천진간을 운항하는 진천훼리가 중국의 놀라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태항산맥 대협곡의 새로운 관광코스를 국내 여행사 대표들에게 소개하는 팸투어에 동행 취재했다. 지난 8월31일부터 9월6일까지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이뤄진 이 여행지에서의 경이로움 앞에서 '아, 와' 감탄사를 연발해야 했다. 달리는 말 위에서 산을 보듯이 둘러보고 온 태항산대협곡과 여정에 대해 코끼리 다리를 더듬듯 글로 옮겨 본다.

흑룡담 폭포로 가는 돌벼랑길

황해를 건너는 뱃길

인천과 중국의 천진항을 잇는 뱃길은 자동차를 타고 길을 달리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

동해처럼 파도가 높지 않아서 배는 흔들림 없이 미끄러지듯 바다를 가른다. 배 멀미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배를 타는 여행에 대해 지레 겁을 먹지만 2만6천t이 넘는 거대한 세미크루즈선인 진천훼리 천인호는 멀미가 나지 않는다.

정원 800명인 이 배에는 로열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클래스 등 관광객들의 요구 조건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넉넉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오교 서커스

학생 단체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플로어 방도 있어서 300명 정도의 단체 관광객도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다.

인천 서해갑문을 통과한 이 거대한 배는 하루를 꼬박 걸려 황해를 가로지른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20여명의 일행들은 어느새 서먹서먹했던 분위기가 없어지고 말문이 트였다.

비행기 여행이나 자동차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자유가 있다. 친구들과 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애연가들은 갑판위에서 자유롭게 담배연기를 뿜을 수도 있다. 선상에서의 즐거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푸창 여유국 부국장

빠른 속도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배 여행은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인천항을 떠난 지 하룻만에 천진항에 입항했다. 천진은 북경, 상하이, 중경과 함께 중국 4대 직할시의 하나이며 천진항은 중국 북방 최대 무역항이다. 천진이라는 이름이 '천자(天子)가 이 항구로 들어왔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북성 성도 석가장 가는 길

자연풍경을 그리는 여대생들

태항 대협곡에 들기 위해서는 육로로의 긴 여정이 남아 있다. 천진에 도착한 뒤 일행들은 곧바로 전용버스를 타고 하북성의 현급(縣伋) 시인 보정시로 향했다. 이 도시는 화북평원(華北平原) 가장자리에 있다. 북경과 석가장(石家莊)의 중간쯤에 있는 도시다.

보정시는 원래 하북성 성도였지만 국민당과 공산당 전쟁 이후 성도 자격을 석가장에 넘겨준 도시로 유명 탁구 선수 등 체육인들이 많이 배출됐으며 한국에서 거래되는 한약재의 90%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도화곡의 두드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대북

1882년 청에 의해 흥선대원군이 유폐됐던 곳으로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와도 맞닿아 있는 곳이다.

천진에서 보정까지는 약 182㎞로 버스로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국인들이 '진진고속도로'라고 부르는 북경~천진간 고속도로를 따라 보정으로 이동했다. 보정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버스에 올라 2시간여를 달려 151㎞ 떨어진 석가장에 이르렀다.

천진에서 석가장까지의 장장 6시간의 이동 기간 동안 우리는 화북평원의 드넓은 대지에 심어진 끝없는 옥수수밭을 볼 수 있었다.

흑룡담 폭포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을 보는 것도 경이로운 일이다. 이 많은 옥수수를 어떻게 심었을까. 또 어떻게 수확할까. 이 옥수수들은 다 어디에 사용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로 파종하고 수확하는데 70%는 수출용, 20%는 중국내 식량과 사료용, 10%는 북한에 지원된다고 한다.

아시아의 그랜드캐년 태항대협곡

절벽에 붙어 있는 불교 사원.

석가장에서 태항산 대협곡이 있는 하남성 임주시로 가는 동안에도 도로변에는 온통 옥수수 밭이었다. 3시간 30분여를 달려가서야 낮은 구릉지대를 만날 수 있었다.

끝없는 평원을 달리다가 올망졸망한 산을 만나자 모두들 "이제야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면서 탄성을 내질렀다.

곧바로 내달려 일행은 태항산협곡으로 향했다.

태항산대협곡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장가계와 다른 느낌을 준다.

장가계가 삐죽삐죽 석림(石林)을 이루지만 여성스러운데 비해 태항산대협곡은 우람한 남성미를 풍긴다. 남북길이가 5만m, 동서 폭이 1천250m나 되고 해발 800~1천739m의 붉은 빛 암석벽이 병풍처럼 협곡을 이루고 있다.

협곡에는 돌지붕을 올린 고풍스런 돌집과 갖가지 기묘한 형태의 돌과 폭포, 맑은 물이 고여 있는 소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태항대협곡풍경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길은 왕상암과 도화곡으로 갈라진다.

왕상암 가는 길을 남겨두고 도화곡으로 들었다. 도화곡을 보지 않고는 태항산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도화곡 계곡은 티베트 자치구의 브라마 푸트라 계곡, 운남성의 금사강 호도협, 내몽고 지역의 황하 진섬대 계곡 등과 함께 중국의 10대 계곡중 하나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날아갈듯 한 글씨체로 '비룡협(飛龍峽)'이라고 쓰인 깎아지른 절벽과 마주하게 된다. 도화곡에 들어선 것을 환영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계곡을 따라 10여분을 걸어들어가면 흰 비단 폭을 드리운 듯 굽이쳐 흐르는 황룡담 폭포를 만난다. 황룡담 폭포에서 갈지자 형의 계곡을 따라 가면 가지가지의 폭포와 백운암, 오(悟)자를 새겨 놓은 오석 등 기묘한 돌, 깎아지른 돌벽에 붙은 철 계단을 따라 끙끙대며 올라가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의 장관이 연출된다.

'빵차'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다마스' 차량과 비슷하게 생긴 식빵 모양의 차를 나눠타고 협곡 위의 벼랑길을 따라가다 보면 절벽위에 수십 채의 민가들이 보이는데 이 풍경이 꼭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태항산대협곡의 또 다른 명소인 만선산은 신선의 산이라 불린다. 만선산 입구에서 30여분을 차로 이동하면 아찔한 절벽위에 13명이 5년 동안 공사를 해서 1977년 완성한 1천200m의 동굴도로가 나온다.

그 위쪽에 소박한 산골마을이 나온다. 모택동 공산당이 국민당 장개석과 국공전쟁에서 밀려 이곳으로 들어와 주덕군사와 합류, 처음의 2개 사단을 8개 사단으로 만들어 국민당의 세력을 꺾었다는 곽량촌이다. 이 때문에 곽량촌은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촬영장으로 유명하다.

빵차로 한참을 이동해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 돌비탈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높이가 80m, 물이 떨어져 깊은 소를 이루는 곳의 깊이가 13m나 되는 흑룡담폭포가 나타난다. 이 폭포 앞에 서면 고된 여독이 한꺼번에 싹 사라질 정도로 장관이다.

폭포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산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남평이라는 아담한 산골 마을이 나온다. 평평한 주차장이 있는 마을 앞 마당 옆에는 해, 별, 달이 하나의 돌에 새겨져 있는 천연석인 '일월성석(日月星石)'이 있어서 이곳에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이뤄진다고 한다.

그 외의 관광지들도 눈길

하북성 정정(正定)에 있는 융흥사는 수나라 문제 때인 586년 창건된 절이다. 절에는 우리나라처럼 머리 깎은 스님네들은 보이지 않고 경전을 읽고 있는 머리를 길게 기른 여승이 절을 지키며 표를 받고 있다.

천왕정, 대각육사전, 마니전 등의 뛰어난 불상조각 솜씨는 종교적인 신념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경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비천이나 가릉빈가 조각이 눈길을 끈다.

정정에서 차로 조금만 가면 오교현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대규모 서커스 단지가 만들어져 있다. 공중그네와 차력에서부터 사람이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현란한 몸동작까지 관람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국 관광객 위한 특별열차ㆍ전세기 동원 가능"

푸창 여유국 부국장

태항산대협곡이 있는 임주(林州)의 관광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여유국의 푸창(傅强·37) 부국장은 "임주에 지난해 관광객이 180만명이 찾았으며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면서 "아직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아 7% 정도며 한국인 관광객은 트레킹 관광을 위한 소수"라고 말했다.

푸창 부국장은 "한국의 여행사 대표들을 환영한다"면서 "아마도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임주에서는 교통편의를 위해 특별열차는 물론 전세기까지 동원할 의향이 있다"면서 관광객 유치 의욕을 보였다.

특히 홍취치(紅旗渠)라는 수리 시설에 대한 자랑이 대단했다. 홍취치는 1960년대부터 71년까지 지역 농민들이 동원돼 만들어진 대수로로 임주 주변지역의 땅을 옥토로 만들어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대역사라고 했다.

홍취치는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에 버금가는 일로 중국의 지도자들도 꼭 이곳을 찾는다는 세계8대 기적이라고 한다.

그는 "임주에 오면 황화산풍경구와 천평산풍경구, 소림사 등을 꼭 둘러보아야 한다"면서 "한국 관광객이 오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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