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복 전국지리교사연합회장

정부는 공교육의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학생들의 입시부담 경감이라는 목적하에 2014학년도 수능시험개편안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연구시안이 안타깝게도 현장 교육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2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교사의 입장에서 그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다. 입학사정관제는 학교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일정 부분을 의지해야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아직 시험단계 수준인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가령 입학사정관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학생일지라도 다음 정부에서 또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줄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는 겉으로는 전체 학생들을 위한 것 같지만,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극소수의 학생들이 유리한 제도다.

둘째, 수능시험을 2회로 늘리는 방안이다. 학생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기 위해 추진한다는 이 제도는 1994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실시했다가 학생들의 시험부담 가중과 난이도 조정 등의 문제로 원성이 높아 폐기했던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안은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의 보완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단지 8월과 11월 2회 실시에서 11월에 15일 간격으로 2회 실시키로 바꿨다. 이는 한번 시험에서 실수한 극소수의 학생들을 구제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런지 모르지만,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똑 같은 성격의 시험을 2회 치러야 하기 때문에 입시부담만 가중시키는 셈이다. 아무리 사소한 시험도 학생들은 부담을 갖게 마련인데, 본고사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시험까지 2회 치르게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또한 15일 간격으로 시험을 치기 때문에 '단기과외' 등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탐구과목의 축소다. 개편안은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들의 입시부담 경감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탐구과목을 4개에서 1~2개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7차교육과정이 도입된 2005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인문사회계열(인문계)은 과학탐구를 제외시키고, 수리과학계열(자연계)은 사회탐구를 제외시켰는데, 이렇게 변경한 결과 3학년 교실에서 인문계는 과학을, 자연계는 사회를 자습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영역의 수능응시과목 축소가 국영수 중심의 입시 수업을 강화하는데만 기여했다. 수능시험에서 또 다시 탐구과목을 축소시키는 것은 학교 교육의 엄청난 혼란과 파행을 야기할 것이다.

넷째 사회탐구영역 수능응시과목 조정안도 문제가 많다. 개편안에 따르면 사회탐구영역에서 경제나 국사 1개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와 한국지리·세계지리 2개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가 똑 같이 1개 수능응시과목으로 되어 있다. 또한 사회탐구 4개 영역 10개 과목 중에서 1개 혹은 2개 과목씩 6개 영역으로 묶어, 1개 영역을 수능시험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은 수요자인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점이 있다. 교육부처 수장만 바뀌면 교육정책을 바꿔 온 것이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왕 바꾸기로 했으면 현장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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