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철 기자

올해 대구지역에서 벌어진 국정감사는 너무나 뜨거웠다. 국감현장에서는 의원 한 명당 6~7분씩 주어지는 질의시간이 다 지났다는 '삐~'소리의 경고음이 자주 울려퍼졌다. '이 질문만 마무리 짓겠다'며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답변자의 천편일률적 답변에 언성을 높이는 의원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4일 시·도 교육청 국감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이 내뱉은 '보수 꼴통'발언은 지금까지 이슈가 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촌철살인'의 멘트로 피감기관장과 직원들을 긴장시켰다.

20일 오후 열린 대구지방경찰청 국정감사 현장도 대구의 여느 국감 현장과 비슷할 것이란 이야기가 점쳐졌다. 올해 대구에는 납치사건에 대한 허술한 대응으로 20대의 여대생이 목숨을 잃었다. 또 올 초에는 각종 사건으로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킨 직원들도 유난히 많았다. 대구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컸던 한 해였다. 이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의원들의 국감 준비는 어느 기관보다 철저했다. 그들이 내놓은 보도자료는 대구경찰의 얼굴을 화끈거리기에 충분한 자료였다. 특히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에 대한 모 의원들의 송곳 질문에 대구지방경찰청장은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정작 국감현장에서 다른 의원들은 너무나 조용했다. 의원마다 주어진 8분의 질의시간을 다 소비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일부 의원은 나머지 답변을 서면으로 받겠다는 세심한 '배려'도 해줬다. 안경률 감사반장은 "시간을 줄여줘서 고맙다"고까지 했다.

국감현장이 무조건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國政)을 집행하면서 잘하면 뜨거운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지방청에 요청한 국감자료대로라면 가장 고성이 오가고 시끄러웠어야 했던 것이 바로 국감 현장이다.

국감을 마친 경찰 내부에서도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마다 국감에 대해 '이벤트성 드라마', '국감 무용론' 등의 주장이 특히 3~4년에 한번 지방에 내려오는 국정 감사는 존재감 그 자체만으로도 피감기관을 충분히 긴장시킨다.

대구경찰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조용한 국정감사'를 벌였다면, 경찰의 사기를 올리는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대구 피감기관 가운데 가장 뜨끔했을 국정감사를 준비해놓고도 정작 국감현장에서는 가장 따뜻한 모습을 보인 행정안전위원회 지방감사 제1반. 다음 국정감사때 또다시 대구경찰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그 때는 어떤 국감 때보다 매서운 채찍을 맞아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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