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3만여 봉사자들의 지도자

이주혜 경주 자원봉사자센터장이 업무를 보고 있다.

요즘 우리는 주변에 흔히 자원봉사자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나 자원봉사자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들이 어떻게 봉사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갈수록 우리 사회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많은 곳에서 이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특히 경주같이 국내외적으로 큰 행사를 많이 치르는 도시에서는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주에는 총 3만416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을 교육시키고 필요한 곳에 파견하는 총체적인 일을 하는 곳이 자원봉사센터이고, 이 센터를 총괄해서 이끌어가는 사람이 이주혜 센터장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말 그대로, 자원봉사라고 무턱대고 아무 곳에서나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뒤에서 도와주는 자원봉사센터가 있는 것이다.

이(李) 센터장은 큰 아이 유치원 때부터 어머니회 회장으로 시작, 세 아이들 학교를 졸업시킬 때까지 주변의 추천으로 계속 어머니회 회장직을 맡아 봉사했으니, 봉사인생이 그녀의 천직인 것 같다. 자원봉사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그녀의 인상 좋은 웃음 뒤에, 3만 명이 넘는 식구들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가 숨어있다.

- 이런 센터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데, 센터장은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2003년 7월 개소할 때 비상근 회장으로 왔지요. 그때 Y(YWCA)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주시에서 위탁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 여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요?

"경주시의 모든 자원봉사자들과 수혜단체를 연결해서 교육시켜서 파견합니다. 경주시의 많은 행사에도 여기에서 파견하지요. 등록된 봉사자들의 실적관리도 하고, 청소년이나 대학 사회복지과 같은 곳에도 직원들이 나가 교육시키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어려운 일도 많았겠습니다.

"그렇지요. 처음에는 자원봉사자가 없었어요. 사람구하기도 어려운데 문은 열어놓았지요. 그래도 YWCA는 전통이 90년이 되니까 도움이 되었지요. 경주에서 엑스포할 때, 무슨 일이든 하자 해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 72일 동안 길 안내, 물 봉사를 했습니다. 추석연휴에도 10시부터 4시까지, 144명을 투입했지요.

- 제일 많은 인원을 보냈을 때는 몇 명이나 보내십니까?

" 화랑 대기 때는 700명이 필요 했지요 그때마다 따로 교육을 시킵니다. 전국행사에 갑자기 동원될 때는 1000명 정도도 가능합니다.

- 무료급식소 '이웃집' 운영도 맡아 하신다던데?

"예, 93년도에 개소할 당시는 그냥 후원자였는데, 시작하고 5달 만에 불이 났어요. 그리고 남자들에게 운영을 맡겨놓으니 적자도 나고 해서 시에 장소제공을 해달라고 해서 지금 동천동에 문을 열게 되었지요. 94년도부터 지금까지 제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적자 안내고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게 반찬도 보완하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며칠 전에는 검찰청 지청장님도 봉사하고 식사하셨는데, 우리 지청 식당밥보다 훨씬 맛있다고 해서 웃었습니다. 지금은 후원자들도 많이 생기고, 한수원에서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보조를 하고 직원들이 나와서 봉사도 하고 있지요"

- 지금까지 봉사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지요?

"경주시 월성군 88개 학교 협의회회장을 하면서 85년도부터 3년 동안 88개 학교 어머니 체육대회를 했는데, 엄마들이 집에 안 가고 밤까지 길에서 행진을 했지요. 지금도 그분들 연락이 오는데 엄마들 단합은 물론, 좋은 추억이 되었지요. 역사 이래로 그런 운동회는 그때 3년 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때 그것 잘했다고 내무부장관 상도 받았답니다."

그때 일을 얘기하면서 활짝 웃는 이센터장의 표정이 밝고, 편안해 보인다. 오랜 세월, 봉사로 살아온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여유일 것이다.

기독교인이니까 진실한 봉사자로서 돈에 얽매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한다는 이주혜 센터장, 직원들에게도 봉사자들 앞에 떳떳할 수 있게, 양심에 거리낌 없이 일하라고 다짐한다는 그녀. 종교를 파는 사이비 종교인들도 많은 이 시대에, 봉사로 일관된 삶을 사는 이 센터장이야말로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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