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노약자들에 헌신 공양 '참보살'
13년 노약자들에 헌신 공양 '참보살'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0년 10월 27일 23시 20분
  • 지면게재일 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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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강 대구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 '장보살'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에서 노약자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장보살(왼쪽)과 최병일 봉사자.

"저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13년 동안 노약자들에게 헌신 공양해온 장춘강(66)씨는 오늘도 이렇게 다짐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장보살'로 '왕엄마'로 더 잘 알려진 노보살을 찾아간 것은 오전 이른 시각. 허름한 작업복에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막일을 하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저가 장보살인데요!' 하고 나설 때는 반가움보다는 실망감이 앞섰다. 필자가 생각했던 장보살은 긴 장삼을 입고 염주를 손에 들고 부엌일을 독려하고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 한평생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온 보살님을 직접 대하는 순간! 만면에 가득한 자비심과 환한 웃음…. 잠시만 보아도 노약자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다 들어줄 것만 같은 후덕함에 필자는 흐뭇했다. 장보살은 어느 큰스님 말씀대로 이 세상에 '참보살'이였다.

-자비의 집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부터 13년 전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문희갑 전 대구시장과 동화사 윤성덕 스님, 대구여성협의회 최동원 회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곳에 무료급식소를 개소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 일이 제가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이 되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무료급식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식사를 하러 오시는 노약자는 하루에 사오백 명이며 많을 때는 칠백 명에 이를 때도 있습니다. 무료급식에 소요되는 재료나 비용은 주로 대구시의 보조와 동화사(절)의 후원으로 조달되며 매일 돌아가면서 식당일을 도와주시는 여러 봉사단체에서 노력봉사도 해주시고 성금도 내 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식사제공은 매주 5일(월, 화, 수, 목, 금) 중식이며 장소는 대구 반월당 보현사 앞 골목입니다."

- 왕엄마의 음식 솜씨가 대구서 제일이라던데….

"음식 솜씨라기보다는 노인들의 식성에 맞게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드립니다. 나물 반찬 하나라도 노인들한테 물어서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대구시청에서 정년퇴직하고 자비의 집에서 봉사하는 최병일 씨는 장보살의 음식 솜씨는 너무나 뛰어나 노약자들에게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하면서 입맛이 없는 노인들은 자비의 집에 오면 밥맛이 좋다고 해 대구 각지에서 많은 노인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장보살 특유의 선행공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밥을 먹으러 오는 노약자들 중에는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처음 급식소를 열었을 때는 민폐를 끼치는 일도 가끔 있었지요. 이 노약자들에게는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기만 하면 안 됩니다. 이들은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위로하고 다독여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분들이 오면 더 마음을 씁니다. 식성을 물어보고 맵고 짠 것까지 챙겨 주면서 마음을 열고 가족같이 대합니다. 배고파 밥 먹으로 올 때는 부끄럽지 않게 해주고 자존심이 아프지 않게 합니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미안해서 주저하는 사람도 있고 밥을 다 먹고는 얻어먹었다는 생각에 속상해 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래서 우리 자비의 집에서는 노약자들이 조금은 마음 편히 얼마간은 당당하게 찾아와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방편으로 한동안은 식비를 100원씩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자비의 집 장보살다운 발상이요 깊은 배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자비의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민폐를 끼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들 스스로 자구노력을 통해 생활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노보살님은 "배고프고 속상해 하는 사람이 줄면 나쁜 일하는 사람이 줄어 좋은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라고 했다. 정말 참보살다운 선행공식이라 하겠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결혼도 주선하셨더군요.

"제가 계림복지회서 활동할 때 의탁할 곳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결혼을 주선하고 신혼여행지까지 따라가서 도우미 역할을 했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일은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도 많았는데 대구백화점에서 무료로 식장도 제공해 주고 제주도 신혼여행을 함께 다녀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우리는 3년 동안 많은 장애인들을 도울 수가 있었습니다"

장보살은 독실한 불교신자(불명: 볍련화)로 '어려운 이들에게 자기를 다 내어주는 것이 부처님의 마음'이라는 불도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한 평생을 헌신해온 참보살이다. 그 분의 봉사활동은 언제나 힘들고 궂은 일이였지만 그는 도리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인의 귀감이 되었다. 역대 대구시장들도 장보살님의 공로를 높이 사 이해봉 대구시장(1991년)으로부터 공로상과 문희갑 시장(1999년), 김범일 시장(2008년)의 자원봉사자 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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