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경·김기애 부부 경주예술체험학교

김기애 선생이 체험장에서 옷감에 천연염색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보는 풀이나 나무들 중에서 천연염색의 재료가 되는 것들이 이외로 많다. 보통 사람들은 무심이 지나치는 그런 식물들에게서 염료를 채취해서 아름답고 신비한 색을 만들어내어 건강에도 좋은 웰빙염색을 하고 체험장을 열어 널리 보급하는 부부가 있다.

요즘은 천연염색이 널리 퍼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천연염색 옷이나 소품 몇 가지씩은 가지고 있지만, 김기애 선생이 처음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천연염색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물론 옛사람들이 천연염색을 즐겨했지만, 이 시대에 천연염색이 대중화된 것은 김기애 선생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김기애 선생은 경주 천북면 화산에서, 폐교된 천북초등 화당분교에 남편과 함께 경주예술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포항문화원에 천연염색, 천연향 비누, 화장품을 만드는 강의도 하고 있다. 그녀는 좀 생소한 이름인 국제아로마테라피스트(향기치료사)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원광대 디지털 대학교에서 한방건강학과와 한국복식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의욕이 넘치는 학생이기도 하다.

필자가 방문한 날도 염색중이어서 그녀는 인터뷰 중에도 염색재료들을 손보며 "정해진 염색시간을 넘기면 안 되어서요..." 미안해하며 웃었다. 그녀의 맑은 피부와 여성스러운 모습이 향기치료사라는 이름과 잘 어우러진다.

-어떤 계기로 천연염색을 연구하게 되었습니까?

"처음에는 불교그림 쪽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다가 불화에 천연염료가 많이 쓰이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염료로 쓰이는 식물은 어떻게 아십니까?

"꽃과 풀을 좋아하다 보니 성분 분석같은 것도 해보게 되고 약용사전이나 동의보감같은 것을 보고 자료수집하고 연구하고 실험했지요

-염료로 쓸 수 있는 식물은 몇 종류나 있는지요?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실험하고 터득한 것만 백여종이 넘습니다.

-모든 필요한 재료들을 자연에서 채취하시는지요?

"우리가 재배해서 쓰는 것도 많습니다. 쪽을 많이 심습니다. 아직 밭에 쪽이 많이 있는데, 재배하고 채취하는 것은 이이가 많이 도와줍니다. 자기 일을 해야 하는데... " 그녀는 옆에서 웃고 있는 남편 김홍경 작가를 미안한 듯이 보며 웃었다.

김홍경 작가는 화가이고, 조각가이며 도예가이기도 해, 종합예술가격인 재주꾼인데 요즘은 아내의 일을 도우느라 자신의 일을 많이 접고 있다고 한다.

-체험장을 하신지는 얼마나 됩니까?

"9년쨉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생 일반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배우러 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동안 이이는 교육청의 위탁으로 대안학교도 운영해 많은 비행 청소년들을 선도해서 졸업시키고, 지금도 청소년 선도위원과 카운슬러일도 맡고 있습니다. "

-함께 채취하러 다니시면 에피소드도 많았겠습니다.

"예, 영취산에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소나기를 만나 갈팡질팡 하기도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채취하다가 캄캄해져서 무서운 짐승소리에 혼비백산 도망하다가 어떤 스님의 도움으로 집을 찾아온 적도 있고, 좋은 황토를 구하려다가 산에서 구르기도 하고, 좋은 염료를 채취하겠다는 일념으로 고생도 많았지만, 그래서 좋은 염료를 구하면 그만큼 뿌듯하답니다.

-이 일에 기쁨이나 보람을 느끼실 때는?

"염색을 했을 때, 내가 원했던 색깔이 나왔을 때 기쁘고, 내가 염색한 속옷을 입고, 천연비누를 쓴 아이들이 아토피 증상이나 피부염이 나아질 때 보람을 느끼지요."

김기애 선생은 "옥출곤강(玉出崑岡(모든 자연에서 얻은 옥과 같이 빼어난 작품이라는 뜻) "이라는 자신의 천연염색옷과 제품들의 상표를 가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둘러본 뒤켠에는 쪽과 여러 가지 허브가 심어진 텃밭이 있고 각종염료들과 산야초를 숙성, 발효시키는 큰 항아리들이 줄줄이 서 있다. 김홍경 작가의 작업실에는 그의 작품들이 가득 있는데, 문외한의 눈에도 그 수준이 예사롭지가 않다.

좀 외진 폐교에 딸린 관사에서 기거하며, 뜰에 온갖 천연염료가 되는 식물과 허브 식물들을 가꾸며 사는 그들, 비행 청소년을 선도해서 학교로 보내 졸업시켜주는 예술가 남편과, 천연염색으로 신비한 색깔을 만들고, 천연향료로 화장품과 비누를 만들면서, 오염된 사회의 한 귀퉁이를 정화하며 사는 그들의 삶이, 쓸쓸해 보이는 폐교를 온기와, 향기로 감싸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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