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19일 따낸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단순히 도금된 메달이 아닌 메가톤급 대박 계약을 이끌어 줄 보증 수표다.

추신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누리게 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중단 없이 계속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타율 3할과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호타준족형 해결사로 입지를 굳힌 추신수가 야구 인생의 절정기에 병역이라는 최대 걸림돌을 해결하면서 거액이 보장되는 다년 계약도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가 올해 클리블랜드에서 받은 연봉은 46만1천달러로 빅리그 선수들이 받는 최저 연봉보다 약간 높다. 팀의 간판 타자로 2년째 활약한 것치고 상당히 적은 액수다.

클리블랜드 구단이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데다 추신수가 풀타임을 뛴 게 2년밖에 안됐기에 큰 돈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올해 수비 중 오른손 엄지를 다쳤는데도 지난해를 능가하는 성적을 올리며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팀 내 주전들이 각종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가운데서도 추신수는 고군분투, 몸값을 스스로 높였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결정적인 홈런 3방과 10타점을 거둬들이며 자력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시즌 중반 구단의 장기 계약 제안을 거절한 추신수는 병역 특례를 누리면서 구단과 계약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언론에서 거론되는 추신수의 몸값은 3년간 2천만달러 수준. 평균연봉은 600만달러가 넘어 올해 받은 금액의 10배 이상이다.

하지만 '세치 혀'로 메이저리그 구단을 뒤흔드는 스콧 보라스가 추신수의 에이전트이기에 몸값이 예상을 훌쩍 넘어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백만장자 시대를 개척한 박찬호(37.피츠버그)의 예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199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풀타임 선발로 2007년 맹활약한 뒤 2008년 70만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

그해 방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초대 '드림팀'이 결성되면서 박찬호는 태극마크를 달았고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특례 조치를 받았다.

박찬호의 몸값은 1999년 230만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전년도 정규 시즌에서 15승9패를 올려 성적도 좋았지만 군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태진 플러스 알파가 결정적이었다.

박찬호는 2001년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텍사스와 사인하면서 5년간 6천500만달러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군대 문제에 2년간 발목이 잡혔다면 절대 만져볼 수 없는 거액이었지만 방콕에서 목에 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메리칸 드림'을 가능하게 했다.

보통 투수가 타자보다 몸값이 비싸지만 추신수가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만능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박찬호 못지않게 거액을 손에 쥘 공산은 크다.

추신수 뿐 아니라 송은범, 최정(SK), 임태훈(두산), 양현종(KIA), 강정호(넥센) 등 입대를 앞뒀던 태극전사 11명도 '광저우 금메달'로 몸값을 높일 찬스를 잡았다.

대부분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뛰어든 이들은 군복무 2년으로 손해 볼 뻔 했던 수억원의 연봉을 그대로 보존함과 동시에 FA 자격도 예정대로 얻을 수 있어 한국에서 거액의 장기계약을 하거나 해외 진출도 노릴 수 있는 인생 최고의 '로또'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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