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해…병역 특례로 대박 계약 '활짝'

추신수 울어요19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구장에서 열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승리해 영광의 금메달의 목에건 한국팀 주장 봉중근이 시상식 도중 추신수를 가리키며 눈물을 흘렸다고 놀리고 있다. 연합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아시안게임 무대는 너무 좁았다.

한국 대표팀의 5전 전승 금메달로 끝난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는 추신수의 홈런에서 시작해 추신수의 쐐기타로 막을 내렸다.

금메달 시상식 때 시상대 맨 윗자리에 24명 동료들과 함께 오른 추신수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장엄한 애국가가 장내 스피커를 타고 흐르자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추신수는 "결승전답게 멋진 경기를 펼쳤다"면서 "나 뿐 아니라 모두 잘 해서 얻은 성과다. 특히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을 이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개인문제(병역 미필)를 팬들이 함께 걱정해주셨다. 미국에 가면 한국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3일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19일 광저우 아오티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에서도 한국의 제물이 된 대만은 처음에는 추신수를 몰라서 당했고 이날은 알고도 막지 못했다.

'속수무책'은 이럴 때 쓰는 말인 듯했다.

한국이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왼손투수 궈훙즈(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게 막혀 대만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추신수라는 걸출한 빅리그 강타자를 내세워 빚을 갚았다.

추신수가 타석에 나올 때마다 1루측 한국 응원단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추신수가 성인 대표팀에 뽑힌 건 지난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활약상을 팬들이 익히 잘 아는데다 올림픽과 WBC에서 영원한 '해결사'로 활약했던 이승엽(34.전 요미우리)과 비슷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대만과 조별리그에서 빅리그에서 갈고 닦은 홈런포를 연타석으로 날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추신수는 이날은 알토란 같은 적시타로 선제타점과 쐐기타점을 올렸다.

1회 톱타자 정근우(SK)의 안타와 보내기 번트로 잡은 1사 2루에서 추신수는 풀카운트에서 대만 선발투수 판웨이룬(퉁이)이 던진 시속 147㎞짜리 직구를 결대로 밀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정근우를 홈에 불러들였다.

2-1이던 3회 무사 2루에서는 자신을 막고자 대만 벤치가 회심의 카드로 뽑아든 왼팔 천관위(대만맥주)의 초구를 받아져 다시 중견수 앞 안타로 타점을 수확했다.

한국은 추신수의 적시타로 3-1로 달아난 뒤 곧바로 터진 이대호(롯데)의 솔로포, 강정호(넥센)의 투런포로 점수를 6-1로 벌려 승기를 잡았다.

대만은 1차전에서 호되게 당한 추신수를 봉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강속구 투수 천관위를 2번 이용규 타석부터 기용했으나 추신수의 정확한 타격에 수포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추신수는 14타수8안타를 때렸고 홈런 3방에 10타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맹타', '불꽃타'라는 말로는 추신수의 활약을 설명하기가 부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타율 3할과 20홈런-2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지난달 귀국한 추신수는 모든 일정을 접고 오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곧바로 페이스 조절에 나섰다.

조범현 한국 감독은 "부산 전지훈련 때부터 추신수가 몸을 잘 만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았고 광저우에서 잘 해주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올렸을 정도로 추신수의 방망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식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 타율 0.300을 때리고 홈런과 도루를 각각 22개씩 남긴 추신수는 타점도 90개나 수확해 세 부문에서 모두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팀 해결사이면서도 출루율을 0.401까지 끌어올려 공격 첨병으로서 다양한 재능을 뽐냈고 보살에서도 14개로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1위에 오르며 수비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선수 인생의 절정에서 맞이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근우(SK), 김태균(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이대호(롯데) 등 1982년 동갑내기 친구들과 화끈한 타격을 펼쳐 우승으로 이끌면서 추신수는 마침내 화룡점정에 성공했다.

금메달을 따내 병역 특례조치를 받으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대박 계약 길도 활짝 열렸다.

연봉 조정 자격을 얻은 추신수는 장기 계약의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클리블랜드에 당당히 거액을 요구할 수 있다. 몸값이 3년간 2천만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지에서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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