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특별전 등 차별화된 기획 전시 미 평론가 "한국미술의 중심이 될 것"

포항시립미술관이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마련한 백남준의 '텔레토피아'.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탁트인 바다가 보이고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공원안에 자라잡은 포항시립미술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자리잡은 이곳은 지난 해 12월 개관과 동시에 국내외 미술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적 관객 18만여명, 1년도 채 안된 신생미술관이 이처럼 폭발적인 호응을 얻을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탁월한 전시 기획, 시민의 문화적 수준, 미술관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이라는 삼박자가 고루 갖춘 결과다.

김은영 인턴기자

개관이래 줄곧 양질의 전시회를 유치, 고급문화에 대한 향수를 갈망해온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미술관측의 노력이 주효한 것.

주말만 되면 포항시립미술관 전시장은 엑스포 박람회장에라도 온 듯 북적거린다. 시민들이 미술관을 제 집 드나들듯 할 수 있었던 것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한적한 공원에 지어진 미술관은 산책하러 왔다가 가볍게 둘러보고 갈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미술과 삶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자연히 낮아진 문턱은 그간 두터워진 문화·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을 포용한 것이다.

최근 개관기념특별전으로 준비한 백남준의 '텔레토피아(teletopia)' 전시가 성황리에 진행되다 21일 막을 내렸다.

백남준전을 두 번째 찾았다는 정경희씨는 "백남준의 어릴 적 친구 이경희씨가 개인 소장한 총 73점의 콜라주 드로잉들이 이번 전시에 최초 공개됐다는 점은 포항시립미술관의 높아진 위상을 말해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객 김소연씨(두호동)는 "봄이면 푸른색을 띤 경관이 좋고 가을은 그야말로 낭만에 젖을 수 있어 미술관으로서의 호조건을 전국의 지인들에게 소개한다"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미술을 사랑하고 미술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포항시립미술관은 그동안 다양한 행사를 펼쳐왔다.

지난 10월 10일에는 미국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술잡지 아트인아메리카(Art in America)의 편집장 리차드 바인(Richard Vine)이 초청돼 "포항시립미술관은 앞으로 한국 미술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0월 20일에는 백남준 아트센터 이영철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배순훈 관장 등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이 줄지어 포항시립미술관을 방문해 "인구 50만 중소도시에 이런 특색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자체로 놀라운 일"이라고 칭찬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철강도시 포항의 정체성에 맞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형태의 '스틸아트' 중심 미술관이라는 기치를 내 걸고 있다. 이처럼 포항시립미술관은 이제 뚜렷한 색깔을 가진 차별화된 미술관으로 위치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김갑수 관장은 "개관 때부터 꾸준히 해온 관람객 모니터링과 소장작품 구입, 미술서적 수집을 통해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등 내실있는 미술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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