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에 각종 불협화음을 냈던 한국 여자농구가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24일 중국 광저우 인터내셔널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 준결승에서 93-78로 이겨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여자농구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달 말 대표 소집 과정에서 일부 구단의 선수 차출 반대로 예정됐던 부산 전지훈련이 취소되는가 하면 손과 무릎, 발목에 통증이 있던 가드 김지윤은 광저우로 떠나는 날까지 합류하지 못했다.

'바스켓 퀸' 정선민(신한은행)은 국내 리그 경기 도중 골반을 다쳐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해 최윤아(신한은행), 김정은(신세계)과 함께 전력 외로 분류됐다.

'비장의 카드'로 10월 세계선수권에는 나오지 못했던 키 202㎝의 최장신 센터 하은주(신한은행)를 가세시켰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별리그 2차전을 마치고 쉬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더 이상 이번 대회 출전이 어려워 보였다.

안 좋은 일만 계속되던 한국에 대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하은주의 전격 복귀였다. 21일 발목을 다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던 하은주는 24일 일본과 경기에 '깜짝 출전'해 19점을 넣고 리바운드 6개를 잡아냈다.

임달식 감독은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수가 의지를 보여 경기에 뛰게 했다. 지금도 통증이 있기 때문에 빨리 들어가서 점검해보고 내일 결승전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은주는 "지금도 아프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뛰지 못하면 다음 국제 대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출전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결승전은 오늘 경기와 또 다를 것이다. 리바운드 잡고 언니들 슛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기 위해 스크린도 열심히 걸겠다"고 말했다.

25일 결승 상대는 중국과 대만의 준결승 승자가 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이 올라올 것이 유력하다.

한국은 하은주 없이 중국과 22일 조별리그에서 맞붙어 64-72로 졌다. 상대 센터 천난에게 29점이나 내줬고 팀 리바운드는 20개 이상 뒤지면서도 접전을 벌인 끝에 패했다.

하은주가 돌아온다면 중국도 한 번 해볼 만한 상대인 셈이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혼자 24점을 퍼부은 변연하(국민은행)도 "(하)은주가 합류해 분위기가 좋아졌다. 리바운드에 전념하고 실점을 줄이면 결승전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은주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외곽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달식 감독은 "결국 리바운드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하는데 하은주가 돌아온 만큼 수비를 다시 정비해 결승전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돌아온 하은주를 앞세운 한국 여자농구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에 정상 복귀에 성공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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