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 스포츠레저부 차장

최근 포항시의회가 유도 스타 왕기춘(22·용인대) 영입을 위한 우수선수 영입비를 전액 삭감해 체육계가 시끌시끌하다.

시의회는 지난 20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시가 승인을 요청한 3억원의 스카우트비를 예결특위 표결까지 가는 진통 끝에 전액 삭감했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특위에서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표결을 주장해 6대5로 부결돼 3억원이 날아갔다.

예산 심사권은 의회의 고유 권한으로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를 통해 예산 심의가 이뤄져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시의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시의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공(公)보다는 사(私)쪽에 가까워 보인다. 시의회가 삭감 이유로 "집행부가 사전 설명도 하지 않고 왕기춘 영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혀 '왕기춘 카드'가 집행부 길들이기 수단으로 작용했음을 말해준다. 의회에 보고하지 않고 영입을 추진해 의회를 무시했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왕기춘은 국내 남자유도 대표적인 스타선수로 각 실업팀의 스카우트 1순위로 꼽혀 왔다. 그만큼 포항시가 공을 들여 입단에 합의했고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정식 계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입비 3억원이 확보되지 못해 왕기춘 영입이 불투명해졌다.

문제는 선수 1명이 포항시청에 입단하고 안하고 문제를 떠나 포항시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실추되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다 큰 틀에서 포항시 위상과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다른 결론이 났을 수도 있어 아쉽다. 사실 왕기춘 영입과정에서 포항시청 입단설이 중앙언론에 먼저 터져 사태가 어렵게 돌아가는 원인이 됐다. 왕기춘의 진로는 국내 유도계에 핫뉴스가 될 정도로 비중이 있다. 애초 포항시에서 아무리 쉬쉬한다고 해서 막아질 일이 아니었다. 지역 언론에서도 당연히 왕기춘 영입을 보도했는데 시의회가 이것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의회가 언론에 공개되기 전에 모든 것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들어야할 권리는 없다. 설령 늦게 설명됐더라도 사안을 놓고 충실히 심사하면 될 일이다. 시의회는 왕기춘 영입비가 왜 3억원(실제는 2억5천만원)이나 되는지, 그만한 효과는 있는지, 다른 실업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살폈어야 했다.

집행부가 밉다고 다짜고짜 예산부터 삭감하는 행동은 철부지들이나 하는 짓이다. 시의회는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박승호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깎는 것은 시의회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은 과연 공정하게 심사했는지 묻고 싶어진다. 포항시의회가 '최대 무기'인 예산안 심사권을 이용해 집행부 길들이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시의원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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