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칠곡 낙산초등학교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는 대도시의 큰 학교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오히려 영어수업, 과학실험, 체험 학습과 인성교육 등에서는 큰 학교보다 훨씬 이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경북에서는 이같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수가 늘어나는 학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되살아 나고 있는 작은 학교, 돌아오는 농촌학교들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찾아가 본다.

△낙산초등학교의 경우

장극조 교장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의 낙산초등학교. 1944년 개교돼 한 때 800명이 넘던 이 학교는 80년대부터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 폐교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이 학교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2009년에 학생수 34명이 1년만에 68명으로 두 배가 늘었다. 도대체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 학교가 이처럼 급격하게 변한 것은 학교가 없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동창회가 나서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학교 동창회는 교육청에다 이 학교 출신 교장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지난 2009년 3월 다른 학교로 발령을 기다리던 장극조 교장이 이 학교로 부임했다.

장 교장은 "학교에 와 보니 전체 학급은 4학급에 불과하고 건물은 낡아 있었다. 해야 할 일이 태산같았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야 하고, 통학차도 필요했다. 학교를 정원처럼 가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서관, 과학실, 영어체험교실 등도 필요한데 예산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 교장은 동창회와 손발을 맞춰 지역의 기관·단체, 기업들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 기관·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원해주었다. 올 한 해 동안 외부 지원금은 교육청의 1천여만원을 제외하고도 7천300여만원에 이른다. 이 예산으로 학교 공원화 사업과 건물 리모델링이 진행됐고, 각종 특별활동 교실과 도서관이 지어졌다. 동창회는 통학버스 3대의 운행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외부지원은 현금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국악수업, 인문여행, 열린음악회 등 외부 기관·단체의 교육프로그램 지원도 줄을 이었다. 학교는 특히 학부모 부담 제로화에 도전, 외부기관의 지원금으로 우유, 학용품, 통학비 등이 무료로 이뤄지게 됐고 불우학생 지원도 가능하게 됐다. 모범학생에게 대학 졸업까지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낙산 기초 튼튼! 학력쑥쑥!'프로젝트도 만들고 교사들의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교사 수업 공개, 1교사 1브랜드 갖기 운동을 벌였다. 영어교육을 위해 미군부대의 원어민을 초청하고, 화상영어를 도입했으며 방학 때는 교내 영어캠프를 차렸다. 미군부대 견학도 수시로 했다.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도록 독서 골든벨 대회 등의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가족같은 학교 분위기 조성에도 나서 단합 등산, 수호천사 맺기, 생일 챙겨주기, 사랑의 편지 맺기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수학, 영어, 컴퓨터, 태권도, 한자, 미술 등의 방과후 학교와 '엄마품 멘토링', 초등 돌봄교실 등도 모두 무료로 진행됐다.

'멋진 학교' 소문은 금방 퍼졌다. 학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장 교장이 취임한 3월에 4학급이던 이 학교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자 6학급으로 커졌다. 강원도와 경남 등지에서까지 학생들이 전학을 왔다. 특히 학부모들의 입소문으로 가까운 왜관읍내에서도 우수학생들이 전학오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 교실 증축에 나서고 있다.

△작은 학교들의 반란

낙산초와 같은 학교들은 경북도내에 여러 곳 있다. 경주 안강읍 사방초(교장 이용왕)의 경우 수익자 부담이 없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여름·겨울 방학을 이용한 학력 향상반 및 기초학력 튼튼캠프 운영, 1:1 상담 활동,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2008년 21명이던 학생 수가 지금은 57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60명까지 예상하고 있다.

영천중앙초 화남분교장은 2006년 전교생이 10명으로 폐교대상이었으나 학부모대표, 동창회, 학교장을 중심으로 학교 살리기 운동이 추진됐다. 결과 현재 학생수는 47명으로 늘어 '돌아오는 농촌학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영주 문수초는 2008년부터 학교과 지역사회가 학교살리기에 나서 지난 3년간 무려 59명의 학생이 전학왔다. 2009년 73명이던 학생 수가 이제는 100명의 큰 학교로 성장했으며 유치원생도 25명이나 된다. 이제는 전학생을 더 받을 수 없는 정도다.

장극조 교장 "학생들이 개학일을 가장 좋아해요"

학교에 오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고 학생들은 통학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학부모 부담이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방과후 학교를 비롯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체육복, 학습준비물, 급식비, 우유까지 몽땅 무료로 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인당 350만원 정도의 혜택이 있게 된다. 입소문은 금방 나 어떤 교수는 이런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된다며 자신의 아이를 보내 오기도 했다. 또한 교사들이 너무 열심이다. 우리학교에는 결손가정,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을 교사들이 부모처럼 돌봐준다. 도시의 학교들은 방학을 하면 아이들이 '야, 방학이다' 하면서 좋아하지만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방학을 싫어한다. 매일 학교에 오고 싶어 야단이다. 개학일이 가장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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