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미 사회부 기자

"평소 청렴성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자신은 정작 뒷문에서....."

11일 포항북부경찰서 직원들은 청사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언론에 보도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수뇌부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격앙된 어조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원 대부분은 재임시절 경찰관의 청렴을 강조했던 강 전 청장의 금품 수수가 아직은 확실하게 드러난 건 없지만 무엇보다 사실 관계를 떠나 한결같이 배신감과 함께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검찰은 강 전 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이 일명 '함바집'이라 불리는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와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 출국금지 시켰다.

이 후 지난 10일 강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조만간 이 전 해양경찰청장도 소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남지방경찰청과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총경 2명이 강 전 청장과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의 부탁으로 브로커 유씨를 만났다는 사실을 검찰에 진술하고부터는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 경찰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김병철 울산청장이 지난해 경북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전력을 들어 경북도내 다른 고위간부들도 연관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등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직원 대부분은 경찰 수뇌부가 보여준 도덕성 문제로 경찰 조직 안팎에 나타날 파장에 대해 우려했지만 쥐꼬리 월급에 성실하게 살아온 하급 직원들로서는 적잖이 실망감이 클 것이라는 반응들이었다.

한 경찰관은 "전직 경찰 수장이 이런 사건에 연루된 사실만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경찰 조직 전체가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의혹에 의혹을 더하고 꼬리를 물면서 파장이 크게 번져 나가자 강 전 청장의 재임시절 펴왔던 여러가지 정책들도 직원들의 입방아위에 올랐다.

강 전 청장은 평소 경찰관들에게 청렴을 강조하고 직원들의 작은 실수 하나도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공직기강에 힘써온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함바집사건으로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검찰에 소환까지 되자 본인은 물론 경찰 전체를 시민들의 비난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또 다른 직원은 "결국 자기 비리를 감추기 위해 직원들만 희생시킨 것"이라며 "수장이 그런데 일반 경찰은 어떻겠냐는 시민들의 질책이 가장 아프다"고 씁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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